[기고문]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철회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도심을 통과하는 고속도로의 근본적인 문제점
① 도심시가지에 민자 지하 고속도로 개설은 국가가 나서서 국책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토지 보상 없이 다수의 국민들의 땅을 빼앗아 몇몇 민자 사업자의 배를 불려주는 부도덕한 사업입니다. 토지의 소유권이 지하에는 제한적으로 미친다는 점을 악용하여 상부와 하부의 토지 이용이 서로 저해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구분지상권이란 개념을 도입했지만 이는 악마의 꾀에 틀림없습니다. 지하를 굴착하기 위해 발파를 하는 과정에서의 상부건물과 주민의 안전 문제 발생 및 지하수 유출로 인한 침하로 건축물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았고 그 어느 현장도 원만한 합의에 의해 손해배상이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토지의 본래적 사용 즉, 주거나 농경을 할 수 있는 한 미래적 가치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토지보상법의 원칙이라 합니다. 하나 대한민국에서 집은 더 이상 주거목적 만을 달성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중산층을 꿈꾸는 많은 국민의 재산 증식 수단 1위인 재화입니다. 지하 터널로 인한 터널 상부의 건물이 입는 안전과 재산권의 침해는 이루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지하 공간 이용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정치권은 국가 공공사업에 의해 발생하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피해에 대해서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삼두 아파트처럼 공사 후에 지반침하가 심하게 일어나 건축물에 금이 가 붕괴의 위험이 있는데도 정부기관 어디서도 개입하지 않고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도록 수수방관하는 모습, 거대 건설사에게 모든 편익을 제공하면서 피해의 입증 책임조차 영세한 주민들에게 지우는 현실을 보면서 저는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요구합니다.
② 환경과 생활 여건에 대한 피해 또한 이에 못지않습니다. 저들은 지하터널이 환경 침해를 가장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수 십 만대의 차량이 지하 터널 속에서 내뿜은 배기가스가 공기 정화 시설도 없이 오직 터널 입 출구를 통해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부천시 정수장과 식물원, 미니 신도시는 매연의 직격탄을 맞게 되어 있습니다. 항동지구, 옥길지구, 방화지구, 고강동 등 터널 진출 입구에 인접한 지역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서울시가 건설하는 서부간선로의 경우에는 지하 터널 내부에 공기 정화 장치를 시설해서 외부로 오염된 공기가 배출되지 못하게 한답니다. 서울시만도 못한 국토부, 말도 안 됩니다.
③ 지금 3기 신도시 발표의 후폭풍을 비롯 동탄 등 2기 신도시의 교통난 해소 대책이라는 GTX노선 의 문제와 지난 총선시기 안철수 전 대표의 공약을 보면 앞으로 도심지 지하를 개발하려는 자본의 욕구는 더욱 거세어질 것입니다. 수도 이전을 비롯한 전국의 균형발전을 통해 근본적인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뒤로하고 수도권 중심의 막개발을 부추기는 한 지하 터널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정치권은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합니다.
이제까지 싸움의 큰 흐름
저희 수목원 현대홈타운 아파트 주민들은 작년 2월 20일 고시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소송도 제기하고 구청 농성으로 국토부와의 협상 자리를 마련하면서 이 싸움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온수터널의 심도를 20미터 낮추었고 세 차례 착수계를 연기시켜 항동지구 입주 예정자분들이 이제는 입주예정자가 아닌 항동 주민이 되어 투쟁의 당사자가 되기까지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눈을 더 과거로 돌리면 2008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광명시민, 부천 시민, 그리고 광명과 부천의 시민사회단체의 연합된 힘, 강서지역 특히 방화 아파트 주민들의 강력한 투쟁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터널위에 지어진 항동지구 아파트와 항동초등학교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싸움의 끝맺음을 하게 될 주 동력은 항동지구 입주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본과 권력이 가진 엄청난 힘에 비할 바 없는 미약한 힘을 가진 주체들이지만 이제까지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힘, 이 싸움의 가장 큰 동력은 연대의 정신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 혼자의 힘으로 하겠다는 마음이 우리의 가장 큰 패인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싸움에 대한 제안
① 이 싸움에서 우리의 안전과 재산권을 지키려는 우리의 요구는 정당합니다. 정당하기에 여론이 함께 합니다. 정치권이 함께 합니다. 착수계의 연기도 이인영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의 대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또한 자본의 지하 개발 욕구가 불탈수록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주민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모두를 함께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싸움을 해야 합니다.
② 여러 지역에 걸친 도로인 만큼 각 지역의 투쟁 목표가 서로 다릅니다. 광명은 지하화를 요구하고 고강동은 전면 이주 보상을 요구합니다. 현대홈타운은 제대로 된 지하안전 평가를 하라고 요구하고 항동지구는 안전진단 하지 말고 노선 철회를 하라고 요구합니다. 각자가 처한 입장이 지역 마다 현저하게 다릅니다. 따라서 해법도 다릅니다. 각자 다 다른 목표를 제시하고 싸우는 것 같지만 전체는 하나입니다. 복잡한가요? 복잡한 싸움판이지만 적과 아군을 잘 구별하고 아군에게 총질을 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합니다.
③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싸움이었지만 이제까지 더할 나위 없이 잘 들 싸워 오셨습니다. 오랜 싸움으로 마음도 몸도 지치신 분들도 있습니다. 건강을 해치신 분도 있습니다. 십년을 싸우다보니 어느덧 백발입니다. 힘들수록 서로를 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힘들지요? 하지만 그만둘 수 없는 싸움입니다. 다시 한 번 힘내서 싸웁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