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무실에 미숫가루를 전해주러 가다가 희한한 장면을 보았다. 노온사동의 유명한 한정식집 부근! 대낮인데도 길가에 전등이 켜져 있었다. 한정식집 앞을 자주 지나가면서 전등이 있는 모습은 보았지만, 낮에 불이 켜진 모습은 처음이다. 아마 최근에 전등을 새로 설치한 것 같은데 모르고 안 껐을 것이라 생각했다.
점심시간, 유명한 한정식집이여서인지 주차장엔 손님의 차가 많았다. 미숫가루를 전해주고 돌아오는 길에 전등을 끄라고 말하려 한정식집에 들어갔다.
“한낮인데 불이 환하게 켜져 있네요.”
“가게가 산속에 있어 사람들 눈에 잘 안 띄어 홍보 차원에서 불을 켜두고 있어요.”
“이 집은 맛집이라고 소문났는데 그렇게까지 홍보 안 해도 되지 않나요?”
“남편이 등불을 켜놓는 것을 하도 원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밤에는 표가 나지만 낮에는 표도 나지 않고 전기만 낭비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그러시는데요.”“전기 낭비하는 게 안타까워서 그러죠.”
몇 년 전 하안사거리를 지나다 낮인데도 작은 전구를 켜놓은 카페를 보고 지적을 한 적이 있었다. 불을 켜놓지 않으면 영업을 안 하는 줄 알아서 불을 켜놓는다는 말을 들었다. 전기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구가 작고 전구의 개수가 몇 개 되지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영업을 위해서 불을 켜놓는다니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란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노온사동의 한정식집은 하안사거리의 카페에 비해 전구의 크기도 몇 배는 되고 개수도 많아, 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켜놓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낮에 켜놓는 것은 가성비 제로인 ’낮등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과 한정식집의 전등에 대해 얘기했다. “요즘 장사가 안돼서 절실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니겠어?” 딸이 말했다. 사장님 생각대로 24시간 불을 밝혀 놓는 게 홍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RE100’을 외치며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부르짖는 게 무색한 한정식집! 즐비하게 한낮의 불 켜진 전구를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