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진화
마음의 진화
  • 김경미
  • 승인 2003.10.28 18: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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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진화


역사는 진보하는가? 요즘처럼 여전히 살기는 힘들고, 정치 꾼들 보면 여전히 썩은 내 풀풀 나고, 그런데도 더욱 여전히 뻔뻔하여 우리 속을 뒤집어 놓고, 갈수록 돈 없는 놈은 자식 교육도 버거워 부도 학벌도 대물림하는 것 같고...하나도 나아지는 것 없어 보이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는다. 이는 여전히 사람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역사 진보의 법칙을 믿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인간의 마음은 스스로 진화한다’는 어느 생물학 교수(대니얼 C 네닛)의 과학적 결론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자인 그가 연구를 통해 발견한 많은 사실들은 <인간의 유전적 진화의 많은 특색들이 문화적인 진화 속에서 일어난다>는 결론을 얻어냈고, <인간의 자아-창조의 과정은 그 자체가 전혀 신비스러울 것이 없는 자연적인 것이고, 이 과정은 우리 신체가 출산하고 성장하며 병이 걸렸을 때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요즘처럼 뼈 빠지게 고생해도 자식에게 물려줄 것도 별로 없을, 그래서 노후에 짐이라도 안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이나 하는 우리 서민이 자신의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이야기였다. 내가 달리 줄 건 없지만 내 자식의 마음이 진화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함께 그 진화에 동참하는 길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돈 많은 자들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재산보다 훨씬 값진 재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 인간의 마음이 진화하는 길은 다양할 것이다. ‘문화적 진화’라는 것이 얼마나 포괄적인가! 그래서 나는 ‘인간 마음의 진화’에 참으로 중요한 여러 길 중에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내 자식이 어디 가서 맞고 오는 것도 싫지만 그렇다고 때리라고 가르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욕적이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들이나 여러 폭력적인(꼭 물리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일을 겪으면서도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어떻게 상대에게 요구해야할 지를 잘 몰랐기에, 아이가 그저 안 맞을 만큼 방어력(모욕적이고 부당하며 폭력적인 모든 사태에 대한 방어력)을 갖기를 바랄 뿐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런 방어력을, 남에게 안 꿇릴 학벌을 갖게 하거나 괄시 안 당할 만큼의 돈을 갖게 하는 쪽으로만 마음을 써 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런 식의 방법은 나보다 못한 놈은 무시하고, 나보다 나은 놈에게는 여전히 무시를 당하는 그런 현실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을 자식의 유전자에 고스란히 심어주는 결과이고, 이는 결코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내가 남과 비교해서 어느 부분이 잘 났거나 못 났거나 간에, 부모님이 낳아준 생명 그 자체로 너무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 나는 이것이 마음의 진화에 필요한 아주 중요한 덕목이라 말하고 싶다.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아야할 천부의 인권이 있음을 교육해야한다. 인권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이며, 보편적인 권리이다. 이것을 깨달을 때 부당한 행위 앞에서 당하고만 사는 일을 멈출 수 있고, 남의 권리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진정으로 자존심있고 강인한 유전자를 대물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아이가 인권을 당당하게 찾아가기를 바라고, 나 스스로가 나의 인권을 지키고 싶다면 이제, 인권에 대해 애써 배우고 몸소 실천하기를 다시 한번 권해드린다.

“인권에 대해 배우는 것 자체가 권리이다. 무지를 강요하는 것, 내버려두는 것은 인권침해이다.”
-유엔, <인권, 새로운 약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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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2003-10-28 18:13:37
하나도 나아지는 것 없어 보이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는다. --> 같은 마음입니다

신은숙 2003-10-28 18:13:37
어제 처음뵈었고, 이코너도 처음들어와보고. 조금 미안한 마음이네요. 왜냐면 나의 모습은 안보여 주면서 상대방만 알려고 한다는 속내의 양심선언이랄까? 제생각엔 진보라기 보단 더 영악해지는(문자등으로 경험축적)느낌이네요.

김경미 2003-10-28 18:13:37
신은숙님 이제야 님의 글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