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 거 네 얘기지?
(드라마) 그 거 네 얘기지?
  • 김경미
  • 승인 2003.05.22 00:1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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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 네 얘기지?

“그 거 네 얘기지?”
드라마가 방송된 후, 걸려온 오랜만의 지인들의 전화에서 내가 흔히 듣는 이야기다.
운동권이 나오기만 해도 내 이야기일거라 당연시 여기고,노처녀가 주인공이면 필히 나다.변명의 여지도 없다. 또 드라마에서 연애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노릇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떠 보는 목소리로 너 언제 그렇게 연애 많이 해 봤냐?, 너 그런 남자 좋아하냐? 등등... 이미 결론 다 내리고 나름의 상상도 해 본 후, 물어보는 그들에게 구구절절 변명하기도 그렇고 그럴 땐 대충 “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렇죠 뭐...”하고 적당히 넘어가 버린다.
하지만 사실 나는 한번도 직접적인 내 얘기를 드라마로 만든 적은 없다. 스스로 생각해보기에 내 삶이 드라마틱한 삶이 아니라 재미가 없기도 하거니와, 또 굳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나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드라마 속에 분명 내가 있긴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7살짜리 어린아이 속에도, 한 여자를 사랑하거나 버린 남자 주인공 속에도, 혹은 연륜 쌓인 중년 여인이나, 자식에게 버림받은 외로운 할머니 속에도 나는 있다. 말하자면 극중의 인물들의 행동이나 대사를 쓸 때는 그 사람이 되어 쓰게 되는데,내가 그 인물이 된 건지, 그 인물이 내가 된 건진 모르지만 그런 독특한 과정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안 될 때는 안 써져서 끙끙 앓는다. 말하자면 극중 주인공이 나와 개성이 많이 다를 때는 그 극중 인물로 변하기가 훨씬 힘들고 그 인물이 되기까지 나를 버리는 시간이 훨씬 많이 필요하다.
또 때로는 심하게 동화되어 극중 주인공의 풋사랑에 나까지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절망에 허덕이기도 한다. 그래서 오랜 동안 빠져서 해야 하는 연속극을 쓸 때는 내가 없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나 뿐 아니라 내 주변의 생활도 없다. 나는 그저 글을 쓰고, 생각하고, 쓰러져 자다가 또 일어나 쓸 뿐이다.
그런데 한 일년 전부터는 지역에 작은 모임도 가지게 되었고, 지역에서 알게 된 사람도 늘어나 광명이 점점 내 고향처럼 애착이 가는 곳이 되어가고, 그러다 보니 모임은 점점 더 많아지고, 해야 할 일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글 속에 침잠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고 있어 평소 원고 써주던 식으로 감독과 날짜를 정했다가 약속기간이 한참을 지나서 늦게 주는 일이 자꾸 생긴다. 한편 곤란한 기분도 들지만, 썩 나쁘진 않다.
왜냐하면, 작가로서 드라마속의 많은 인물이 되는 경험도 소중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과 만나고 부대끼고, 나처럼 평범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하는 것도 더 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내가 만난 이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쁘게 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당당하게“그래요, 내 얘기예요. 내가 만난 사람들과 함께 했던 평범하지만 아름 다운...우리의 이야기랍니다.”하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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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者 2003-05-22 00:18:44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한심당 2003-05-22 00:18:44
오! 莊子胡蝶夢의 경지!

김경미 2003-05-22 00:18:44
설마여... 莊子胡蝶夢의 경지가 무엇인지... 저는 모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