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서글픈 영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제일 먼저 가슴속에 밀려든 느낌은 한없는 서글픔이었다..
그리고 머리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맴돌았다..
평소 갖고 있던 결혼에 대한 생각..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생각..
같은 남자지만 감우성이 참 얄밉다는 생각과 함께 나 역시 그 얄미움을 큰 맥락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그런 남자이기를 인정할 수 밖에 없기에 대놓고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
유하라는 감독이 누군지는 몰라도 참 군더더기 없이 가끔은 리얼하게 가끔은 낭만과 유머를 섞어가며 잘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우성의 독백을 듣고 있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마음속에 생각하는 것들을 영화속의 독백처럼 다 들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솔직함으로 따지면 감우성은 쨉이 안된다..
그는 그저 답답한 표정만으로 희미하게 자신의 감정을 잠깐씩 비출뿐이고 여니는 언제나 대놓고 자신의 감정을 재잘거린다..
물론 그녀 역시 그와 결혼해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속의 간절한 얘기는 돌려서 얘기하고 있지만..
여기서 결혼얘길 한번 해보자..
만약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가야할 길로 여겨지는 결혼이라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과연 두 사람이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있었을까?
여니는 들키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앞에서조차 결혼이라는 테두리안에 있는 남편의 전화앞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여니가 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와 만나기는 하지만 불쑥불쑥 드러나는 결혼의 그림자가 드리워질때마다 남자 역시 드러운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관계도 불완전함을 알지만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가정에서도 자신하지 못한다..
어쩌면 또 다른 측면에서의 고민꺼리들이 그들을 몰아 붙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더 심각할 수도 있는..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우리가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마음을 자기 멋대로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결혼이라는 변수를 떠나서 여니와의 관계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남자 스스로가 여니라는 여인네를 자기 방식대로 예단했기 때문이다..
그건 곧 여니 스스로가 남자를 위해 포기할 수도 있었던 그 무언가를 포기하지 못하게 한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것이니까 말이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함정에 스스로가 빠져들었으면서 그녀를 탓해 버리는 한 그가 기대하는 실체가 모호한 사랑은 욕심일 뿐인 것이다.
근데 말이다.. 이미 결혼을 선택한 상태에서는 아마도 그가 여니에게 보였던 태도를 고쳐먹었다 하더라도 달라지기는 어려웠으리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것처럼..
암튼 정답은 없지만 이 영화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결혼이든 사랑이든 그 기대하는 모습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한에는 그리고 그걸 풍성하게 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지 않고는 풍성해질 수 없다는 그런 사실말이다..
솔직히 영화의 내용을 떠나서 두 사람이 벌이는 섹스신은 굉장히 자극적이고 평소에 섹스에 무신경한 사람이 보더라도 흥미를 일으킬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내심 이 영화를 본 연인들이라면 한번쯤 어설프게나마 흉내를 내보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두 사람은 섹스하는 순간만큼은 서로 이견이 없어보인다.. 그저 그 느낌에 몰입한다..
플라토닉한 사랑을 논하는 사람은 화낼지 모르겠지만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녹녹치 않음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확신할순 없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도덕이 어떻다거나 불륜을 떠올리는 관객은 많지 않을꺼라는 생각이 들만큼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
감우성과 엄정화의 이미지가 한동안 영화속의 그들로 남아 있을것 같다는 말로 그들의 연기력을 평가하는것이 적절할 것 같다..
저작권자 © 광명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