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 예고편과 포스터에 현혹되지 말라~
영화관에서 색즉시공의 예고편을 봤을 때 정말 짜증나는 장면이 있었다. 오바이트를 하던 한 여자가 갑작스레 남자에게 키스를 퍼붓고 난 후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됐을때의 역겨움이란 지금도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렇게 유치찬란 짜증범벅일거라는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선입견은 생겨났고 웬만해선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겠다는 속좁은 결정을 내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게다가 길거리에서 보게 된 색즉시공의 포스터는 아주 자랑스럽게 풍기문란 섹스코미디라는 타이틀과 함께 야릇한 포즈를 취한 두 주인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부정적 선입견이 하나 더 더해져 버린 꼴이 돼버렸다.
만약 윤제균 감독이 두사부일체를 만든 감독이 아니었다면 대다수 아마추어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가 없었던들 그리고 해리포터와 반지의제왕의 예매가 쉽기만 했었던들 이 영화 를 연내에 관람할 가능성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게다..^^
이런 우여곡절끝에 보게 된 영화 색즉시공.. 결과는..
제대로 된 한국판 화장실유머의 탄생!!
그리고 우리도 눈물나는 코미디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웃기고 재미있으면서도 그 속에 담긴 보일듯 말듯한 가슴아린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윤제균 감독에게 박수!!)
영화를 보고나서 다소 오바스런 내 감상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이런 얘기를 들었다.
"너무 주관적인 영화평이로구만"
맞는 얘기다. 평소 영화를 볼 때도 심하게 영화속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자주 하는 나였지만 이 영화만큼 찐하게 빠져들어 영화속 꽃미남 왕킹카 얍삽남을 임창정 몸속에 들어가 죽도록 때려줄 때의 통쾌감은 나 아니면 가능하지 못할 쾌거였다..^^
이런 편파적인 판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 영화를 기꺼이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열광했던 그런 개인적인 매력말고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영화는 예상했던것 보다 높은 수위의 야함을 제공한다. 그것도 극의 흐름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
물론 절대적으로 웃기기 위한 섹스신도 존재하고 분위기가 무르 익을쯤 다른 소동으로 막을 내린 허무한 섹스신도 버무려 있지만..
어떤 나이드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거 완전히 뽀르노라며.."
그 분들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이런 평가가 나올만 하다.^^
두번째로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무지하게 웃고 나올 수 있다.
슬랩스틱과 유치한 대사도 있지만 윤제균 감독은 웃음의 코드로서 기상천외한 상황설정과 적절한 오바를 무기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무기를 휘두르는 재미있는 캐릭터들로 범벅을 시켜 놓았으니 웃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어찌하면 뽀다구 나는 액션씩을 만들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고 있을 오우삼 아저씨처럼 윤감독은 어찌하면 자연스러운 상황설정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시킬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말구..^^ 다시한번 박수!!
마지막으로 임창정 당신을 슈퍼 엔터테이너로 임명합니다.
당신이 초기에 보여준 가창력보다 그리고 짜증나는 오락프로 그램에서의 유머보다 당신이 영화를 찍을때마다 보여주었던 배우로서의 자세와 노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지 당신은 충분히 알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그렇게 슬프고도 우스꽝스러운 차력사의 모습도, 언제나 오바이트한 이물질로 얼굴이 뒤범벅되어 잠에서 깨어나고 쥐약이 든 샌드위치를 동료들에게 뺏기지 않겠다고 도망치면서 다 먹어치우는 그런 심하게 얼빵한 캐럭터도,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채 희희낙락하고 있는 얍삽 꽃미남을 두들겨 패고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채 질타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를 인도하고 나서 서럽게 우는 순진가련남의 모습도,
우리는 절대 볼 수 없었을껍니다. 설사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역할을 맡을 수는 있어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네 마음에 다가 오지 못했을겁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자격이 있습니다.
< 몇가지 단상 >
이 영화때문에 한동안 차력이나 에어로빅에 관심을 갖는 남정네와 여인네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나만 그런가?
윤제균 감독의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올지는 그의 이전 이력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람이 얼마나 강심장이냐면 데뷔작과 이번 작품 모두 그 기세등등한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과 맞짱을 떴다는 것이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분명 이 시기에 개봉하지 않았다면 가문의 영광이 기록한 흥행은 충분히 넘을만한 저력을 색즉시공은 가지고 있다. 어찌됐건 윤감독의 다음 작품도 내년 이맘때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명 선전하리라~~
예고편에서 나를 질리게 했던 그 장면은 영화의 흐름상에서 다시 보아도 역시 아니었음을 밝힌다. 아직 못보신 분들은 이 장면에서 본전생각 하지 말고 잠깐 동안만이라도 눈을 질끔 감아 주시기 바란다. 언제 나오냐구~~ 느낌이 올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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