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침에 일찍 일어났어요.
볕이 정말 좋아. 아, 햇살. 창 밖으로 연한 연두빛 새 이파리가 보여요. 아아, 정말 좋아.
왜 몰랐지? 이렇게 좋은 날인 걸. 바그다드는 날이 이렇지 않았나, 그건 아닌데. 그런데 까맣게 몰랐네. 이리 날이 좋은 걸 몰랐네.
어제 아침 바그다드에서 나왔습니다.
혁이 형이 고추장으로 양념해 돼지고기를 볶아 주었구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인터넷 들어와 보았다가 메일이랑 까페 글들만 하나 하나 읽다가도
시간이 그만 몇 시간이나 훌쩍 지나
따로 메일을 드리거나 소식을 길게 정리하는 글은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가기 전, 잠깐 인사드리려고 이렇게 글을 써요.
나 빼놓고 화전 부쳐 먹었다는 인간덜, 어제 집회 끝나고 모였다며 오뎅이랑 달걀말이랑 모랑 모랑 있다고 자랑하던 인간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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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보고 싶습니다.
여기, 정말로 햇살이 좋아요.
그런데 거기, 거기는 모래바람과 검은 연기 뿐입니다.
무너진 이들과 불에 탄 자동차,
철갑을 쓴 것처럼 버티고 있는 점령군의 탱크,
그리고 먹을 것을 구하는 사람들,
죽어 쓰러진 사람들....
아, 햇살이 너무 좋다 하다가
어깨가 부르르 떨리곤 했습니다.
저는 건강, 제대로 된 그곳 소식은 다시 쓰도록 할게요.
박기범선생의 귀국으로 박기범의 이라크 통신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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