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부쳐
[사설]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부쳐
  • 이승봉 칼럼
  • 승인 2019.04.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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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부쳐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을 설치하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

지난 화요일,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구조 가능했던 1시간40분 동안 탑승자들의 퇴선을 막아 304명을 수장시킨 범죄가 저질러진지 5년이 흘렀다. 그 5년 동안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은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피눈물을 삼켜왔다. 이 엄청난 범죄에 관해 지난 5년간 참사의 진실은 규명되지 못했고 범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세월호 참사 5주기,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할 때>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에서 이홍정 총무는 “먼저, 일부 신앙인들이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낸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 치유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과 함께 울며 사랑으로 품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손가락질하며 다 잊고 조용히 살아가라고 강요했던 무지와 폭력을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교계를 대표해서 세월호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또 “진실을 밝히는 일, 이것이 바로 억울하게 희생당한 304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제대로 된 추모의 시작”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게 “강제수사 권한을 지닌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을 설치하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실시하십시오. 조사와 고발만 가능한 특조위로는 한계가 있음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가리고 있는 어둠을 보다 적극적으로 걷어내야 합니다. 안전하고 믿음직스러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명백히 밝히고 온 국민의 힘을 모아 제거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지난 5년 동안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와 선체조사위원회에 이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우리는 참사의 진실을 모르고 있다. 커다란 배가 순식간에 침몰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해경은 승객들은 내버려둔 채 선원들만을 표적 구조했는지, 그리고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 할 박근혜 정부가 구조가 아닌 은폐와 조작에만 몰두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이다. 또 진실을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공모한 자들이 누구인지 가려지지도 않았다.

현재까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처벌받은 이는 김경일 해경 123정장 단 한 사람뿐다.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려면 현행법상 직무유기죄 공소시효는 5년, 직권남용죄는 7년이기 때문에 수사가 서둘러 진행 되어야 한다.

지난 15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4.16연대는 참사 5주기를 앞두고, 당시 정부 관계자 17명의 실명이 담긴 ‘1차 세월호참사 책임자 명단’을 발표했다. 그리고 해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명단에 오른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5명,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 3명, 김병철 기무사령부 준장 등 기무사 관계자 2명,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 5명 등이다. 또한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수사 담당자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름도 들어있다.

이들은 명단을 발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구조 가능했던 1시간40분 동안 대기 지시로 퇴선을 막아 탈출하지 못하게 하여 무고한 국민들에게 벌어진 사고를 참사로 만든 국가 범죄사실에 대한 왜곡과 은폐는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 ▲세월호 이전으로 갈 수 없고, 이후는 달라지게 할 것이라는 국민생명안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선행 조치는 책임자 처벌과 엄단에서 비롯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수사 방해와 진상규명 은폐 때문에 수백 명에 달하는 책임자들을 수사할 수 없었다. ▲ 범죄 사실에 대한 책임자 처벌 수사는 참사의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4·16연대는 수사 의뢰가 필요한 사람은 300명이 넘는다며, 참사 책임자 명단을 몇 차례 더 공개할 계획임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를 가슴에 간직한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며 "5년 동안 변화도 많았다. 안전에 대한 자세가, 이웃을 걱정하고 함께 공감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또 "얼마 전 강원도 지역 산불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동이 불편한 이웃들을 챙겼다. 나만이 아닌 우리를 위한 행동이 모두를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며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이 나라를 바꾸고 있다고 믿는다"라고 썼다.

또한 "세월호의 아픔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도 빠르게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머물렀던 자리가 세월호를 기억하고 안전사고를 대비하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 유가족께 작은 위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자 국민들은 새 정부에서 5·18 진상규명을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1993년 5월13일 김 전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5·18을 역사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이에 5월 운동단체들은 ‘광주 문제 해결을 위한 5원칙’을 제시하고 항의하였다. 광주 5원칙은 첫째 진상규명, 둘째 책임자 처벌, 셋째 명예회복, 넷째 배상, 다섯째 기념사업 등이다.

이 광주 5원칙은 세월호 참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이다. 진실이 명백히 밝혀져야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고, 피해자들의 명예도 회복되고, 보상을 할지 배상을 할지가 정해진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질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는 단순한 재난과 참사가 아닌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사건이다.

"국민을 구하고 보호해야 할 국가가, 권력을 움켜쥔 자들이 죽였다. 해경 지휘부가 죽였다. 박근혜 청와대와 국가 안보실이 죽였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우리아이들을, 304명의 국민을 죽인 그 자들을 모두 잡아서 처벌하라는 국민의 요구이자 명령이다" 안산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추도사를 낭독한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의 절규이다.

이 절규는 촛불혁명으로 만들어 진 나라라면 반드시 수행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이승봉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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