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뭘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뭘까?
  • 양영희(교육잡지 벗 이사, 민들레 편집위원)
  • 승인 2017.06.07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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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니 에드만>을 보고 / 양영희

영화 '토니에드만'은 가족으로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리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가 닿을 수 있는 걸까?
그 사람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근접 가능한 거리는 어디까지이며 내가 허용할 수 있는 품은 얼마나 되는 걸까?
‘토니 에드만’을 보면서 내내 답답했다. 이네스의 감정이 그대로 내게 전해왔으며 그녀가 아버지의 돌출적 행동으로 처해진 위기와 당황스러움이 어땠을지 충분히 공감이 됐다. ‘사랑하고 보고 싶다’는 감정을 영화의 에드만처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자식에게 충분히 미움을 받을 준비가 됐다는 용기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네스는 자신의 일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은퇴한 피아노 교사인 아버지는 마지막 레슨 학생마저 그만두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일은 사라지고 시간만 많아진 상황이다. 그의 곁에는 오래 같이 살아온 개 한 마리와 노모가 있을 뿐이다. 이네스는 독일을 떠나 루마니아에 있으며 오랜만에 모인 가족 모임에서 조차 핸드폰을 놓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일을 하는 중이다. 이네스를 보며 아버지(페테르 시모니슈에코)는 딸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싶어 한다.

그는 예고도 없이 기업 컨설턴트로 일하는 성공한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를 만나러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간다. 장난과 농담이 일상인 아버지는 오지 않는 딸을 대신할 양녀를 돈 주고 샀다고 말한다. 곁에 없는 딸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의 표현이다.

일상적 안부도 확인하기 힘든 외국에 사는 딸을 만나러 그가 불현 듯 길을 떠났을 때만 해도 난 이해가 됐다. 그때는 기르던 개도 세상을 막 떠났을 때다. 그러나 그는 쉽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딸의 주변을 맴돌고 딸의 일터까지 나타나 그녀의 공적인 일에 개입한다. 당황해하고 분노하는 딸을 보고도 더벅머리에 가발을 쓰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네스는 아버지의 존재를 통해 잔뜩 무장한 공적 자아에서 오는 피로감을 점차 인식하게 되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생일에 즉흥적으로 옷을 벗어던지고 황당해하는 상사와 동료, 친구들을 맞이한다. 그를 꼭 안아주는 건 불가리아 털북숭이 탈인 쿠케리를 쓴 빈프리트다. 그렇게 각자의 영역에 서로를 들일 수 없던 아버지와 딸은 포옹한다.

이네스의 생일날 있었던 부녀의 포옹장면은 조금은 동의되지 않았다.
‘가족이라면 꼭 끝이 좋아야하는 건가? 누구나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간다. 어느 시기엔 교차점이 적을 수도 있고 먼 거리에 있을 수도 있다. 자식에겐 억지로 상기시켜주는 부모세대의 가치에 반드시 동참할 의무가 있는 걸까?’
우린 누구나 가슴으로만 간직할 수 없는 그리움을 안고 산다. 그러나 그리움이 아무리 절절해도 내가 원할 때 아무 곳에서나 눈물처럼 흘릴 수는 없다. 부모의 위치는 더욱 그렇다. 부모는 다만 아이가 어렸을 때만 마음을 다해 표현할 수 있는지 모른다. 나는 에드만이 딸에게 가까이 가고 딸을 가르치려 노력하는 것보다, 더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딸의 주변에서 맴돌지 말고 자신에게 더 집중했으면 하고 말이다
그랬다면
“가족이란 누가 안 본다면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이다…그 중에서도 나의 아버지는 더 그렇다!”
이런 최악의 말은 안 들었을 것이다.

이 영화처럼 누구나 자신의 가족에게 있는 어떤 부분은 도려내고 싶은 곳이 있게 마련인지도 모른다. 페테르 시모니슈에코가 내 아버지였다면 나는 그의 유머와 장난을 버리고 싶어 했을 것이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행동과 사고 그리고 사적영역을 마구 침범하는 아버지와 화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 내겐 이네스의 화해가 지나치게 교과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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