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처음 컴퓨터를 배우고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의 신기함과 당최 이해할 수 없었던 시스템에 대한 당혹감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문과였던 우리 과에선 대부분의 학생들이 F학점을 받았었고 우린 낯선 그 물건(?)과의 대화를 익히느라 끙끙댔었다. 그러면서 그건 대학수강 과목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나쳤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교실마다 PC가 들어왔고 지금은 모든 업무와 수업이 컴퓨터와 인터넷망 연결 없이 불가능한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주변으로 성큼 성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의 ‘우리가 활용하면 좋은, 혹은 빠른 기계’ 정도의 것도 아니고 그 속도 또한 엄청 빠르다. 정보화 사회에선 아직 인간이 중심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인간 삶의 모습은 잘 그려지질 않는다. 과학자들조차도 넓은 스팩트럼으로 우릴 안내하고 있다. 오지 않은 세상, 살아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예견은 정확하거나 쉬울 순 없다.
그러나 이미 제조업의 많은 곳에서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거나 보완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그 영역과 내용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단순한 햄버거 만들기부터 농장에서 딸기를 따는 일, 데이터 분석, 그림그리기, 시 쓰기, 기사쓰기, 약의 조제, 무인자동차 등 인간의 전 영역을 향해 돌진 중이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쉽고 반복적인 일자리부터 창의력을 요하는 곳’까지 무한 질주를 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교육의 변화와 개혁, 준비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밑그림을 그릴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교육이 어떻게 준비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우리의 일자리를 다 차지하고 인간은 대량 실업에 빠질 거라 한다. ‘감성과 창조’의 영역까지 로봇이 차지할 거란 예측을 하며 교육을 바꾸길 요구한다. 제도교육 내내 중요한 가치로 말했던 모든 내용과 지식이 쓸모없게 될 것이란 말만 확실한 세상에서 말이다.
일자리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를 기본으로 유지할 때 기업은 물건을 만들고 노동자는 고용되어 일을 하고 임금을 받아 다시 그 물건을 소비하는 주체가 되어 경제를 순환시켜야 사회는 유지된다. 그런데 일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게 될 세상을 어떻게 학교에서 준비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주변 사람들과 경쟁하며 살면 되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먹지도 않고 휴식도 필요 없으며 밤새워 일할 수 있고 산재보험도 요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계와 함께 사는 세상을 상상하려면 그 세상을 살아가는 주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 속에 감춰진 힘을 알아보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인간은 ‘퍼팩트 스톰(Perfect Storm:여러 악재가 모여 경제가 대혼란에 빠지는 현상)’으로 빠져들 것이다. 이는 급속도로 악화하는 불평등, 기술발전으로 인한 실업, 기후변화 등이 한꺼번에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는 서로를 강화하며 진행되는 태풍이 될 것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의 ‘파괴적 동향’으로 ‘임금 정체, 파이의 대부분은 기업에게로 근로자에게는 나머지만, 하락하는 노동력 참여율, 줄어드는 고용창출, 길어지는 실업기간, 급증하는 장기실업(고용 없는 회복), 심화되는 불평등, 대졸 새내기의 소득감소와 저 고용,양 극화와 파트타임 일자리, 세계화, 금융 부분의 성장, 정치(규제완화와 노동조합의 약화)’ 등을 말한다. 마틴 포드는 이런 파괴적 동향들의 해소와 차별 없는 기본소득 보장 제도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가속적으로 발달하는 기술이 숙련도의 고저를 막론하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이는 전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무자비한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소득이 없어지고 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수요 창출에 필요한 구매력을 상실할 것이다. 직업이야말로 구매력이 배분되는 일차적 메커니즘이다. 노동자도 소비자이며 소비를 통해 다른 소비자를 먹여 살린다.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면 이 기계는 소비하지 않는다.
마틴 포드는 발전하는 기술을 막아 설 수도 없고, 자동화 저지를 정부가 개입할 때 시장의 힘 앞에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시민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정부의 운명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기본소득제도와 조세제도를 노동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 옮기기, 공공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환경문제 해결 등을 놓친다면 ‘퍼팩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엉킨 실타래를 잘 풀어 고용과 소득분배에 기술이 미칠 수 있는 힘을 잘 파악하고 이에 적응한다면 그 결과는 훨씬 더 긍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초 지능과 싱귤래리티’ 즉, 뇌에 삽입된 임플란트를 이용하여 인간의 지적 능력은 비약적으로 개선될 거라는 세상은 현재로선 상상으로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세상을 마음속으로 저항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유경제의 사례가 될 수 있는 ‘무인자동차’(현재 가장 가까운 도로상에 운행 중인 빈차가 없다면 주차되어 있는 차들 중 앞차를 불러다 타고 자동차가 공공의 자산이 됨)같은 상상력은 읽는 것만으로도 신난다. 다만 거대 기업의 입장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긍정적 관심이 높다.
‘너도 나도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일을 멈출 수 있다면’ 인류는 좀 더 나은 삶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서평] 로봇의 부상(마틴 포드/세종서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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