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락경 목사의 병 주고 약주는 음식이야기
임락경 목사의 병 주고 약주는 음식이야기
  • 양영희(민들레 편집위원, 전 교사)
  • 승인 2017.03.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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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서 - 괴산 한살림 강좌 후기

강원도 회천의 '시골교회' 임락경 목사는 흥부처럼 먹어야 병이 안 난다며, 생활 속 습관을 강조한다. 

막걸리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임락경 목사님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무척 닮았다. 다정한 모습에 미소를 짓는 모습까지.
전국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날들이 계속 된다면 이 땅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무엇보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 가득하다.
3월 21일 오후 3시, 먼지 사이를 햇살이 비추고 있다. 꼭 탄핵정국처럼 어둠 속의 빛줄기 같다. 강연장소인 한살림 사무실에 올라가니 자리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줄곧 우울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한 낮에 잡은 강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온 몇몇 지인들과 눈인사도 나눈다.

목사님은 솔직하고 재미있다.
줄곧 그분의 유머를 해석해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폼 재지 않고 풋풋한 농부의 모습으로 고향의 할아버지처럼 서 계신 점도 좋았다. 어찌 보면 남들은 다 아는 존재를 나만 늦게 만난 건지도 모르겠다. 수년전에 근무하던 학교에 학부모 대상 강사로 모신 인연이 있었지만 난 수업 때문에 점심만 같이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구수한 말씀과 함께 밥 대신 막걸리를 주문하시며 당신이 학교를 중단한 이유를 말씀 하셨었다. 그리고 다시 괴산에서 뵙게 된 것이다.
도시에서 사는 건 늘 바쁘고 정신없어서 그 무엇도 제대로 챙기지 못함을 부끄럼 없이 보여준 것이었다. 그 대가로 살피지 못한 몸이 망가지고 이제 목사님의 강연은 생명을 살리는 말들로 들리게 됐다.

목사님은 많은 강연과 건강교실로 사람들을 만난다고 하셨다.
‘가난하게 살면 병이 없다. 좋은 음식 많이 먹지 마라’
단순한 결론이다.
오랜 세월 못 먹고 살아온 우리는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낙으로 자랑으로 삼고 있다. 그 맛있는 음식은 비싸고 좋은 것으로 다시 정의 내려졌고 지금은 먹는 것의 계급이 확실해 졌다.
먹방과 셰프들의 활약이 도드라진 티비를 보면 나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식재료를 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격차는 아무것도 아니다. 흑수저라 불리는 청년들의 먹거리를 보도한 시사인을 보니 컵라면과 햇반이 주식이고 어떨 땐 햇반에 소금을 뿌려 먹는 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심지어 편의점 같은데서 알바를 하는 청년 중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만 먹기도 한다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았다. 하루 한 두끼 먹는 음식이 건강은커녕 생명연장에도 힘든 정도라니 너무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가난하게 살면 병이 없다는 목사님의 말은 지금은 맞지 않을 수 있다. 너무 가난해서 조리과정이 생략된 인스턴트 음식만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을 두고는 그런 말 못할 것 같다.
예전부터 부자집 도령이 병이 많았다고 한다. 좋은 음식만 오래 먹다보니 생긴 현상인 것이다. 우리는 내 몸은커녕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 어떤 건지 자세히 살피지 못하고 먹고 산다. 그러니 임락경 목사님의 음식이야기를 한번만이라도 들어보면 모든 걸 잃고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자기투자가 될 거라 믿는다. 잔병치례가 끝이 없는 난 ‘잠은 병나지 말라고 온다. 병은 죽지 말라고 온다. 병이 밖으로 나오면 행복하다. 병이 속으로 가면 알 수 없어 고칠 수 없다.’는 말씀이 고마웠다.
‘그래 살라고 내 몸이 자꾸만 신호를 보내왔던 거였어.’
반복되는 신호를 무시하면 몸도 포기한단다. 몸은 내가 먹은 음식으로 건강도 병도 만들 수 있다니 적게 먹고 안전한 음식을 먹고 내게 맞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말씀에 동의한다. 그런데 곳곳에서 속여대고 돈벌이로 환원된 먹거리 시스템은 누가 고쳐야할까?

- 병 주고 약주는 음식이야기(괴산 한살림 2017.3.21.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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