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주자를 생각한다는 것은?...편견과 다름
성소주자를 생각한다는 것은?...편견과 다름
  • 양준우(볍씨학교)
  • 승인 2016.11.1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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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 여행’을 다녀와서 / 양준우(볍씨학교)

스티커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여러분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광명 YMCA 볍씨학교의 청소년 과정은 2학기에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다. 바로 ‘인권 여행.’
인권 여행이란, ‘많은 이들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우리나라 안에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여행이란, ‘정한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된 사람을 섭외해 만나고, 현장에 가는 것’ 까지를 말한다. 흔히 생각하는 여행이 아닌 ‘사람만나기가 중요하게 포함된 현장 공부’ 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은 인권 여행의 주제를 7가지 뽑았다. ‘민중의 항쟁’ ‘탈핵과 에너지’ ‘성소수자’ ‘다문화’ ‘위안부’ ‘생명농업’ ‘장애’ 가 그것이다. 그리고 주제들 중 자신이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을 정해 같은 주제를 선택한 사람들끼리 모둠을 꾸려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성소수자’라는 주제로 공부한 모둠에 들어갔다.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이 하는 사랑을 부정당하고 있다. 그래서 성소수자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 지 공부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 뵙기도 했다.

흔히들 ‘성소수자’하면 동성애자를 많이 떠올리고, 소아성애자나 바바리맨 등 변태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범위는 넓고, 그 중에 변태는 포함되지 않는다. 성범죄자와 성소수자는 엄연히 다르니까. 성소수자란 흔히 LGBT를 말한다. 즉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그 말로 성소수자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자신이 사랑을 느끼는 방향성인 ‘성적 지향’에 따라서 동성애자/이성애자/양성애자/무성애자로 나뉘고, 생물학적 성별과 상관없이 자신의 성별을 인식함에 따라서 트랜스젠더/시스젠더로 나뉜다.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성별이 다르면 트랜스젠더, 같으면 시스젠더이다.

인권여행은 직접 현장을 찾아 활동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성소수자지원센터_띵동을 방문하다.


시스젠더라는 말은 생소하기도 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소수의 반대는 ‘일반인’, ‘정상인’이 아닌 그저 또 다른 특징을 가진 인간인 것이다. 소수라 해서 정상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니까. 흔하고 뻔한 말이지만, 이이야기를 오글거린다고 하는 사람들 중 편견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싶다.

사전공부는 용어뿐만 아니라, 현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성소수자의 이슈들도 조사하고, 생각해보기까지 해야 한다. 그러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인터넷 상에서 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못된 생각들이 너무 많다.

사람들은 “동성애는 치료가 된다.”라며 동성애를 병으로 취급한다. 심지어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한다. 종교를 믿는 이들은 귀신에 씌었다고 한다. 그리고선 치료를 가장한 폭력을 휘두른다. 하지만 동성애는 병이 아니며, 치료를 한다고 해서 치료되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기라 착각한 것이다.” 이 말에는 성소수자와 청소년을 모두 무시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청소년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정할 수 있고, 그럴 능력이 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착각한 것이라는 말은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는 시각이 내포되어 있다.

세상은 잘못된 것은 이유를 찾아서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동성애자에게만, 소수에게만 그런 이야기로 강요를 한다.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생각하기에도 잘못된 편견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꽤나 철저하다. 인터넷 자료만으로는 판단을 내리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래서 이 부분들을 해결해 주실만한 분을 섭외, 질문리스트를 보내고 만남을 준비했다.

▲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를 찾아 강의를 들었다.


성소수자 모둠은 볍씨 청소년 과정 모두가 참여하는 여행으로 두 가지를 기획하였다. 하나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의 선생님을 모셔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라는 기관에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관련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모르게 성소수자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단 걸 알게 되었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해 보았다.

TV에 나오는 멋있고 예쁜 연예인들은, 성소수자일까 아닐까?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다면 그 사람을 떠올려보자.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겠다.” 혹은 “성소수자는 아닐 것이다.”라고 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의 성에 대해 밝힌 적이 없다면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 언급한 적은 없지만 당연히 이성애자일 거고, 시스젠더일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까.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인권을 주제로 공부를 하고, ‘소수’라고 느껴지고 불리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나의 어떤 말들이 상처가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에서 나는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또 한 번 인정하게 되었다. ‘성소수자’라는 것은 그 친구의 한 부분일 뿐인데, 나는 무의식중에 나와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구분 짓고, 차별한 게 아닐까? 그들을 배려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가 우선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배려가 아닌 동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듯하다. 그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을까봐 걱정된다면, “혹시 내가 뭐 실수한 거 있어?”라고 물어보면 되고, 실수를 한 것 같다면, 그냥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되는 것이다. 친구가 나에게 커밍아웃을 한 후, 달라진 게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관계가 더 넓고 깊어졌다는 사실’ 일 것이다. 친구가 나에게 성소수자란 걸 고백했다면, 운동을 못한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보다 더 나를 믿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친구가 실은 운동을 못한다거나, 어떤 남자아이를 좋아한다는 걸 내게 고백한 것과 같이 대하면 될 듯싶다. 성소수자는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조금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여행을 가기 전까지 나는 내가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행을 해보니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나는 성소수자에 관련된 기사의 댓글들을 보고, 사람들은 참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단 걸 느꼈다. 그 사람들이 과연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깊게 고민했는지 의문이 든다. 잘 알지도 못하는 문제를 멋대로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성소수자를 싫어하지 않는다 해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관심을 가진다면 성소수자들의 인권도 존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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