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이 공약을 내고, 선거운동을 하는 시점에서 ‘공약이 거짓이다’라는 말은 성립이 될까. 아니면 반대로 성립되지 않는 것일까. 최근 새누리당 광명갑 정은숙 후보의 ‘경희대 의대 및 종합병원 유치 공약’을 놓고 벌어지는 ‘거짓말’ 공방의 일면이다.
11일 광명선관위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정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법적인 거짓말의 유무는 검찰과 재판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심판하게 된다.
거짓말 공방의 이면을 다시 들여다보자. 선관위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거짓이라고 판정했다. ‘무엇’을 판정한 것일까. 정 후보가 해당 공약을 제안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거론됐던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즉 당사자인 경희대에서 내부협의가 진행이 됐고, 관련해 세부계획이 수립됐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관위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 해당 학교는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해당 공약과 관련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10일 정 후보는 경희대 의대 등 광명유치 건의 핵심관계자라는 경희대 이종하 교수 기자회견을 통해 경희대 유치 건에 대한 내부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며, ‘꺼진 불씨’를 이어가려고 애를 썼다.
정 후보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경희대 의대 및 종합병원 유치 ‘공약’은 ‘거짓’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11일 현재 경희대 측은 이종하 교수의 발언에 대해 개인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무슨 해괴한 상황인가.
여기에 ‘말장난’과도 같은 거짓말 공방이 포함돼 있다.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공약은 거짓말일 수 있을까. 미래에 실현되는 것이 공약이라면, 현재 시점에서 공약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래서 ‘공약이 거짓말이다’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이 안 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공약은 거짓말일 수 없을까. 공약이 미래로 가면 현재 시점에서 거짓말일 가능성이 희박해지지만, 반대로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경우에는 달라질 수 있다.
즉 거짓으로 성립된 혹은 거짓이 포함된 공약에 대해 해당 공약은 거짓말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 의대 유치 공약’이 거짓말이냐 아니냐 하는 공방의 경우에도 적용가능하다. 이 경우라면, 경희대 의대 유치 공약은 거짓말에 해당된다.
선관위가 허위사실이라고 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약’, 그 자체를 놓고 애매한 거짓말 공방이 이는 것은 이러한 경계의 모호함 때문이다. 즉 선관위 판단은 공약 그 자체가 아닌, 공약에 대한 후보 측의 여러 공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곧바로 해당 공약이 거짓말이다, 아니다의 문제로 연결되어 해석되거나 읽혀진다.
아니나 다를까. 정 후보 측은 10일 이 교수의 기자회견 후에 해당 ‘공약’은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제목을 붙여 보도자료를 냈다. 허위사실에 근거해 작성된 공약이라면, 그 공약은 ‘헛공약’, ‘거짓말 공약’이라고 봐야 함에도, ‘공약은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말장난’이다. 여기에 이 교수는 계획서는 없지만, 토의 중인 사안이라고 비켜간다. 역시 말장난에 가깝다.
선관위의 허위사실 판단에도 불구하고 후보 측의 이런 말장난과도 같은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이다. 실현가능성이 있으면 ‘공약(公約)’이다. 실현가능성이 없다면 ‘공약(空約)’, 즉 ‘헛공약’이다. 이를 위해 사실에 근거한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왜곡 정보 제공에 대해서는 단호한 철퇴를 가해야 하는 이유이고,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하는 이유이다. 유권자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해 최종적으로 주권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중차대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경희대 의대 유치 공약에 대해서도 공약 그 자체가 거짓일 수는 없다 해도, 허위사실에 근거한 공약이라면 허위사실에 대한 판단과 처벌은 불가피한 것이다. 즉 공약이 거짓에서 출발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허위학력을 기재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 역시 유권자의 주권행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어 처벌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0일 백재현 후보가 정 후보에 대해 유권자를 속이고 현혹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선관위에서도 해당 공약과 관련해 거짓으로 관련 정보가 형성되어 유통되었다면 유권자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공지를 통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 역시 마땅하다. 허위사실에 대한 처벌 역시 정해진 수순이다.
이번 선관위 결정으로 경희대 유치 공약과 관련해 사전에 알려진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정 후보 측에서 “‘경희대 의대 유치 공약’은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기우’이거나, 아니면 ‘허위사실’에 대한 내용을 호도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광명지역에 경희대 의대 및 종합병원 유치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3월28일이었다. 그 자체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새누리당 광명갑 정은숙 후보가 이를 공개했다. 광명을 주대준 후보도 경희대 의대와 종합병원을 유치하는 협의식에 함께 참석해, 힘을 실어주었다.
주대준 후보측은 당시 기자와 통화에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같은 당 정 후보측에서 진행하는 사안이고, 지역에 대학 유치에 대한 염원이 높아 참석하게 됐다고 참석 경위를 설명했다. 주대준 후보 측은 이어 31일 경희대 관계자 모 교수의 방문에도 참석해 협의식 때와 같은 방식으로 힘을 실었다.
문제는 협의식 이후부터이다. 경희대 지역유치에 대한 반가움과 동시에, 기자들은 취재 경쟁에 뛰어들었다.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위한 취재에 나섰다.
그런데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경희대 광명유치의 당사자인 경희대와 광명시 측의 반응 때문이다. 경희대 측은 후보들이 추진하는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사실관계 내용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광명시측도 부동산개발업체가 다녀간 일 말고는 없었다고 확인해줬다. 이들의 제안은 특혜성 소지가 있는 문제여서 사실상 폐기한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안이 어느 날 선거기간 중에 ‘불쑥’ 등장했다. 해당 사안이 상당부분 검토를 거쳐 실현가능성이 높은 제안으로 둔갑돼 있었다. 구체적인 이전 계획 등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언급됐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경기도선거관위에 ‘이의제기’ 신청을 했고, 선관위는 경희대 측에서 내부 협의를 진행해 온 점 등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이라고 결론을 냈다. 즉 선관위 결과는 경희대 유치 건이 경희대나 광명시 등 해당 당사자들이 검토 해 온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다면 추측은 단 한가지이다. 부동산개발업체라고 하는 제3자들이 경희대 유치론을 거론하는 실체일 가능성이 높다. 경희대 관계자로 거론되는 해당 교수 역시, 이 업체와 직·간접 관련이 있는 관계자와 가족관계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 측이 누구와 손을 잡던 그것은 후보의 몫이고 판단이다. 다만, 사실관계는 정확해야 한다.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으면 안 된다. 후보 측이 공약을 추진함에 있어 경희대와 광명시측과 협의를 해왔다는 것과 부동산개발업체로 추정되는 이들과 협의를 해왔다는 것은 판단기준에서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취재 경쟁이 일고, 후보자들 간에 공방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권자의 알권리, 판단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의 중요성 때문이다. 누가 공익을 위해 제대로 일할 후보인가를 판단하는데 있어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관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후보들이 누구를 파트너로 삼고 일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경희대 의대 유치론과 관련해 ‘실체’가 누구인지 중요한 이유이다.
광명선관위가 11일 정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를 취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최종 유죄 유무는 사법당국에서 판단하게 됐다.
동시에 경희대 의대 유치 공약에 대해서는 유권자가 판단해야 되는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무엇이 진짜 공약이고, 누가 진정한 시민의 대변자인가를 가려야 하는 투표이다. 유권자는 현명하고, 힘이 세다.
[최종]경희대 의대 광명유치 ‘거짓 공약’ 공방을 바라보는 기자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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