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고의 갈등이 꽤 깊어지고 있네요.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오겠지요. 갈등은 해결되더라도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갈등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통해 해결하는지에 따라 그 후유증의 정도는 달라지겠지요. 갈등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면, 갈등은 긍정적 에너지가 되겠지요. 광휘고 갈등은 그럴까요. 현재로서는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어느 학교나 소소한 갈등은 존재합니다. 특히나 학교 관리자들과 교사들 간에 갈등이 존재하죠. 그래서 학교의 최고 관리자인 교장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교사들과 소통하며 함께 학교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라면, 갈등은 줄어들기 마련이죠. 그러나 나만 옳고 따라오라고 하는 독선적 리더십일 경우는 갈등은 커지기 마련이죠. 교사들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당면한 교육적 목표를 완수해가는 것이 학교장의 좋은 리더십이겠죠. 그 결과로 교사들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교장과 교사가 갈등하고 교장이 특정 교사들을 배제하려고 한다면, 학교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죠. 더욱이 그 갈등이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학교 담장을 넘어 학교 밖 너머로 확대되는 경우는 또 어떨까요. 광휘고 갈등 사태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기대하고 바라는 해결 방식은 이런 것입니다. 학교 내 갈등은 가능한 학교 내부의 역량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학교 내 자치역량, 민주주의 역량을 통해서 해결돼야 하죠. 그리고 과정은 교육적이어야 하고요.
서론이 길었죠. 여러 정황을 통해 드러난 광휘고 사태 혹은 갈등은 이런 것입니다. 교장이 새로 부임했고, 교장의 리더십이 일부 교사들과 갈등이 생겨났습니다. 정확한 속사정이야 학교내부 일이니 알 수 없구요. 다만 외부로 알려진 것은 학교에서 잘 운영해왔던 학교 텃밭 폐쇄 건입니다. 광휘고는 학교 인접 유휴지를 활용해, 교사들과 학생들이 학교 텃밭 활동을 해왔죠. 그동안 좋은 결실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고요. 학교 텃밭의 긍정적 측면, 노작교육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지요. 그런데 올해 학교가 텃밭 경작지를 활용함에 있어 문제점들이 있다며, 학부모단체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교장도 이런 입장에 힘을 실을 듯합니다. 설령 행정적 문제 등이 있더라도 학교 텃밭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좋은 활동인 만큼 학교 텃밭을 지키고자 했던 교사들이 있었고요. 일부 교사와 학부모, 교장으로 갈등의 고리가 생긴 것이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봉합되지 못했고, 골이 깊어진 듯합니다.
이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합니다. 지난 5월28일 광휘고에서 ‘학교매점협동조합’ 추진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죠. 학교매점에 대해 의욕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이 있었고, 이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자 하는 지역의 단체들과 관계자들이 있었지요. 광명시청도 관심을 갖고 지원했고요. 이 과정에서 교장과 일부 교사들 간에 갈등이 다시 삐져나왔죠. 교장은 학교매점에 적극적이었던 이 학교 교사의 복장에 대해 문제를 삼았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행사장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지요. 교장이 교사의 복장에 대해 지적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 문제는 또 다른 갈등을 낳게 되죠. 교장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지역 인사들의 SNS계정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것이지요. 교장은 SNS계정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해당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요.
이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인사들 중에는 더 이상의 갈등 확산을 원하지 않는다며,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도 있고, 교장의 행위를 비교육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겠다는 이도 있지요. 교사의 복장을 지적한 교장의 문제제기가 보다 더 큰 문제로 비화된 배경에는 교장의 문제제기가 순수하게 보여지 지 않았던 것이죠. 학교 텃밭 폐쇄 등에서 보듯 교장이 특정 교사들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던 터에, 교사의 복장을 문제 삼는 것 역시 그 연장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입장에는 특정 교사들 주도로 학교텃밭, 학교매점협동조합이 추진되고 있고, 교장이 이들의 입장을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학교텃밭 활동이나 학교매점협동조합 추진이 교육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보는 지역 인사들의 눈에는 교장의 입장이 좋게 보일 리가 없고요. 교장 역시도 그런 교사나 교사를 지지하는 지역인사들이 좋게 보일 리 없는 것이지요. 결국 교장과 일부 교사 그리고 고소를 당한 지역인사들 간 갈등 골이 깊어지게 된 것입니다.
서론에서 언급했던 학교 갈등이 학교 밖까지 나오게 된 연유는 교장과 일부 교사들 간 갈등의 골로 보입니다. 교장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교사들이 있고, 교사들의 행태를 문제 삼는 교장이 있는 것이지요. 전형적인 소통과 신뢰의 부재 문제로 보입니다. 여기에 학부모단체의 입장도 가세해 갈등을 이루고 있습니다. 학교의 구성원은 교사, 학생, 학부모 3주체이죠. 여기에 지역을 더하면 4주체가 되기도 하고요. 학생들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각 입장이 민주적으로 만나고 소통해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아이들을 위해 교육적으로 더 나은 것을 해주고 싶은 교사들의 마음이 있겠지요. 최고관리자로서 학교를 경영하고자 하는 교장의 어떤 입장도 있겠지요. 교사는 교육을 우선으로 하고 교육적 방안들을 고민하고, 교장은 이런 교사들의 노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입장의 차이, 갈등의 골을 해결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신뢰, 그리고 이에 기반한 민주적 해결 방식이지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입장이 다를 경우 힘의 논리로 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 듯합니다.
그래서 학교라는 곳에 대해 ‘본질’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도 여러 시각, 입장이 이겠지만, 이런 시각은 어떨까요. 학교는 현실을 배우고 적응하는 힘을 키우는 곳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우선하고 민주 시민으로 살아갈 역량을 키우는 곳이라는 시각이지요. 그래서 학교가 ‘학교’로서 존재할 때는 민주적 삶과 실천을 다양하게 실천하고 모색하는 현장이자, 현재여야 한다는 시각은 어떨까요. 갈등은 깊어졌고, 곧 여명이 밝아올 텐데요. 아집, 고집이 아닌 민주적 소통과 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요. 학교 갈등에서 서로 배우는 것이지요.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마당을 여는 것은 어떨까요. 갈등의 당사자들과 학교 구성원들,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이 갈등의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배움의 시간을 갖고, 문제 해결지점을 찾는 것은 어떨까요. 그곳이 민주주의의 배움터, 학교 아닐까요. 교육 현장, 교육자들은 가능하면 교육적 방식의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어떨까요. 법의 정의보다는 교육적 해결이 훨씬 우선적인 가치라고 여겨보는 것이지요.
관리자가 새로 부임해오면 대부분은 아주 특별히 나쁜 일도 아닌데 웬만해선 그냥 쭉 가는 건데 참 이 관리자분은 독특하시네요.
혹시 학교의 주인이 교장 본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어떻게 새로 부임해와서 바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참 딱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