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면 여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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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월 전에 사용하던 조선일보의 광고 문구다.
자신감의 표현인지, 현실이 정말 그렇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이래도 안볼꺼야'라고 우리들에게 묻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3주 동안 매주 금요일에 철산역에서 앤티조선활동을 했다.
아마도 9시를 전후해서 그 곳을 지나간 사람은 조선일보 제호 위에
금지표시가 선명하게 박힌 신문을 한번쯤은 받아 보았을 것이다.
받아든 사람들의 표정은 다채롭다.
바삐 걸어가는 도중에 무엇인가를 받아서인지 대부분 무표정한데
가끔 한 두분이 이러저러한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제일 많은 부분은 왜 조선일보만 가지고 그러냐는 것이다.
"그 놈이 그 놈이지. 중앙, 동아도 그러는데 왜 조선만 반대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조선만 반대하냐고?
그건 조선일보의 영향력과 뛰어난 '의제설정' 능력 때문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영향력이 10년 동안 1위에 오를 정도로
조선일보는 지식인 세계에서조차큰 영향력을 누리고 있으며,
미세하게 차이가 줄어들고 있지만 조선일보의 구독율은 여전히 1위이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단어중에 프레임(frame)이라는 용어가 있다.
거칠게 설명하면 '사물을 바라보는 틀'정도로 이해되는데,
하늘을 사각형의 프레임으로 본다면 사각형의 하늘이
세모의 프레임으로 본다면 세모 모양의 하늘이 보인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조선일보는 철저하게 극우적인 보도 프레임(frame)으로
사실(fact)조차도 가공, 탈색, 변형시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때문에
그 영향력과 맞불려 여론형성에서 '의제설정'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가끔 중앙.동아가 조선보다 더 세게 치고 나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 두 신문은 상황에 따라 큰 편차를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중앙, 동아를 극우신문이라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 바른 언론을 말하는 우리들 입장에서도 여럿을 상대하기 보다는
가장 나쁜놈, '한놈만 골라서 패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조.중.동이 아니라 조선일보 반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에피소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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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조선 신문을 자전게 위에 쌓아놓고 배포 중.
한 아주머니께서 다가 오시더니 묻는다.
"이 신문 보면 자전거 줘요?"
몇몇의 사람들이 앤티조선에 대해 꺼려 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신문은 공산품이 아니라
'가치상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나도 생각이 있어서 조선일보 보는데, 당신들이 뭔데 보지 말라고 해"
아마도 자신이 선택한 '가치상품'의 문제들을 지적하면
자신의 지성과 자존심이 무시당하는 걸로 여기는 반응이리라 생각된다.
물론 '가치상품'에 대한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화기,선풍기를 넘어 이제는 24단 자전거까지 경품으로 끼워주는 상품을 우리는 과연
'가치상품'이라 할 수 있을까?
신문의 내용이 아니라 경품의 내용에 따라 신문의 선택 여부가 좌우된다면,
이미 그 신문사도 신문이 '가치상품'이 아니라 자본력에 따라 좌우되는 '공산품'임을
여러 사람들에게 새롭게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쓰면 여론이 됩니다'라는 조선일보 광고처럼
신문은 여론을 반영한다기 보다는 여론을 제작한다.
물론 여론을 반영하는 면이 없진 않지만,
그것마저도 신문이 갖고 있는 특유의 색깔로 채색된다.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되는 신문들의 색깔은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추종하거나 타협해야 할 중요한 지표로 간주된다.
그런데 그런 신문들의 영향력이라는 것은 사실상 자본력으로 사들인 결과다.
'지금 우리는 여론이 돈에 팔리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용. 인물과 사상 2002 11. 강준만 p23)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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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일보를 폐간 시키거나 어떻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대해진 영향력을 줄이고 바른 언론으로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신문을 끊어'줌으로써
그들의 보도 행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조선일보를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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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보면된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로써 표현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판매율을 떨어뜨리는 게 그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 생각된다.
<광명노사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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