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李舜臣이다③ 한국에서 세계의 이순신으로
위대한 지휘관’ 외국서도 극찬
▲ 충남 아산 현충사의 이순신 장군 동상
20세기 초 일본 해군 관계자들이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1905년 러시아 발틱 함대를 대파, 전세계를 경악시킨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이 전승 축하연에서 “영국의 넬슨 제독에게 비할 수는 있어도 이순신과 비교하는 것이 황송하다”고 말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근거는 모호하다.
수필가 김소운씨가 어느 일본 해군 장교에게 구두로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고 제독이 그런 발언을 했을 만한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 관련 연구가들의 평이다.
일본 해군 중장 사토 데쓰타로(佐藤鐵太郞)가 1908년에 쓴 ‘제국국방사론’(帝國國防史論)을 보면 “넬슨 따위는 이순신 장군과 비교할 수 없다”며 이순신 장군을 극찬했다.
사토는 1926년에도 한 논문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인격, 뛰어난 전략, 천재적 창의력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짝을 찾을 수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심지어 러일해전에 참전하고 훗날 해군 전략가로 활약한 가와도 고오(川田功)의 회고록인 ‘포탄 잠재우기’에서 “일본 해군은 러일전쟁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의 영령에 승리를 빌기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도고 제독은 이순신과 비교한다면 발가락 한 개에도 못 따라간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일본의 유명한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이순신은 기적과도 같은 이상적 군인이자 세계 역사상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는 위인”이라며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수많은 일본 해군 관계자들이 이순신을 존경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유명한 이순신 연구가인 최석남(崔碩南·예비역 준장) 전 육군통신감은 충렬사 관리인의 증언을 근거로 “구 일본 해군사관학교 졸업생들이 이순신 장군 사당인 충렬사에 정기적으로 참배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또 최장군은 “일제 시대 일본 해군 군함들이 진해를 입항할 때마다 이순신 장군에게 묵념을 올렸다”는 사실까지 소개한 적이 있다.
이런 극찬은 이순신의 적이었던 일본인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영국 해군중장이자 해전사 전문가인 발라드는 1921년 “이순신은 위대한 해군 지휘관 중에서도 앞줄을 차지할 만한 제독”이라고 평했다.
한동안 이순신에 대한 외국의 연구는 소강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이순신에 주목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일본 사무라이와 전쟁사 전문가인 영국의 스티븐 턴불이 2002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에서 “이순신은 한국의 영웅이자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해군 지휘관 중 한 명”이라고 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이순신 장군은 한국의 위인에서 세계의 위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해군 전략가 가와도는 “한국인들은 이순신을 성웅이라고 떠받들기만 할 뿐 그분이 진정으로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를 일본인보다 모른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순신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요즈음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말이 아닐 수 없다.
2005.04.27 김병륜 lyuen@dema.mil.kr
*이 기사는 국방일보의 충무공 탄신일 특집기사로 기자와의 협약에 따른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