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영화 123 |
긴 추석연휴, 간만에 영화나 한편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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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비가 오고 또 오더니, 어느새 아침 저녁 공기가 꽤 서늘해졌다. 달력을 보니 추석이 벌써 다음주다.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연휴기간이 길어 사상최대의 귀성인파가 고향을 찾을거라고 한다. 나같이 따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지리한 연휴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란 딱히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유독 명절엔 극장가가 사람으로 미어터진다.
사실 극장가에서 대목으로 불리는 이런 명절에는 관객들의 다양한 취향이 무시되는 기분도 들곤 한다. 극장 측에서는 흥행요소를 갖춘, 다시 말해 돈이 될만한 영화들을 주로 걸기 때문이다.(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에 다함께 즐겨보자는데 뭐 어쩔 도리 있겠는가?)
스크린에 걸려 관객들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는 여러 영화 중에서, 각각 성격이 다른 영화 세편을 골라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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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 브라더스> 해결사로 나선 어느 엽기적인 형제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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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에는 국산 코미디영화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이정재, 이범수 주연의 <오!브라더스>가 눈에 띈다.
불륜 사진 전문 사진사인 상우(이정재 분)는 수금이 잘 안 되자 회사에서 해결사 역할까지 강요받는다. 그러던 차에 연락이 끊긴 아버지가 남긴 빚을 떠안게 된 상우. 빚을 떠넘기기 위해 이복동생과 어머니를 찾아 나선 상우는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특수학교에 다니는 봉구(이범수 분)를 만난다. 아버지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봉구를 떠맡지만 봉구의 어머니 행방은 묘연하고 상우는 말썽만 일으키는 봉구를 구박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우는 마음은 천진난만하지만, 얼굴은 험악한 열두살 동생 봉구를 해결사로 투입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다. 함께 일하면서 이들 둘은 차츰 가족의 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야기의 기본틀이 더스틴 호프만과 탐 크루즈가 출연한 <레인맨>과 닮아있어 신선함이 좀 떨어지는 감은 있다. 그러나 단편 <자반고등어>를 통해 국내외 단편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김용화 감독은 장편데뷔작인 <오!브라더스>에서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로증에 걸린 열두살 소년역을 제대로 소화해낸 이범수와 <태양은 없다>이후 오랜만에 양아치 역할을 맡은 이정재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게다가 악랄한 형사 정반장 역의 이문식과 룸싸롱 사장 역의 이원종의 감초연기는 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가족애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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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어느 로맨틱한 해적의 매혹적인 모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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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하면 떠오르는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피터팬>의 악랄한 해적 후크? 아니면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해적소년 루피?
여기에 그간 보지못한 새로운 캐릭터의 해적이 있다. 바로 과거 블랙펄호의 선장이었던 잭 스패로우(조니 뎁 분). 화려한 두건과 찰랑거리는 귀걸이, 가늘게 따라내린 수염, 검게 칠한 눈화장 차림으로 배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위풍당당 서있는 스패로우는 마치 록스타와 같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상하다. 스패로우는 황급히 너덜거리는 쪽배 바닥으로 내려와 바가지를 들고 바쁘게 물을 퍼낸다. 카리브해에 풍파를 일으킬 만큼 해적으로서 유능하지만, 로열포트의 제독이 “내가 만난 최악의 해적”이라고 한탄할 만큼 허술하기도 한 스패로우. 지금까지의 해적영화에서는 볼 수없었던 느긋한 캡틴인 것이다.
잭 스패로우(조니 뎁)는 10년 전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에게 자신의 배 블랙펄을 빼앗긴 해적 선장이다. 혼자 대양을 떠돌던 그는 자메이카의 로열포트에 이르러 유령선처럼 변해버린 블랙펄과 재회하게 된다. 아즈텍의 황금을 훔친 블랙펄의 선원들은 영원히 죽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처지. 보물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고 피의 제물을 바쳐야만 고대 신들이 내린 저주를 풀 수 있다. 사악 해적 바르보사(제프리 러시 분)와 선원들은 로열포트를 습격해 아즈텍의 마지막 목걸이를 가진 총독의 딸 엘리자베스(카이라 나이틀리)를 납치하고,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어린 시절 친구 윌(올랜도 블룸)과 스패로우는 그뒤를 쫓는다. 해적들은 목걸이의 원래 주인이 윌이라는 사실과 윌의 혈통에 숨겨진 비밀을 모르고 있다.
마치 테마파크의 놀이시설처럼 아찔하고 신나는 장면을 쉴새없이 선보이는 이 영화는 미국판 <링>의 감독 고어 버빈스키가 만들었다. 헐리웃식의 물량공세에(제작자가 제리 브룩하이머다) 질린 사람이라도 조니 뎁이 선보이는 매혹적인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 조니 뎁은 스패로우의 이미지를 만들면서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드를 떠올렸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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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매- 산자와 죽은자의 화해> 한바탕 굿판 위에 벌어지는 충격과 감동의 다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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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관에 선보이는 국산 다큐멘터리로는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에 이어 두 번째인 <영매- 산자와 죽은자의 화해> 2002년 부산 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에 상영돼 운파 펀드를 수상하기도 했던 이 작품은 한국 무속의 전통에 어떤 종교 못지 않은 성스러움이 깃들여 있음을 보여준다.
영매1, 진도의 세습무 채정례와 채둔굴은 어머니의 대를 이어 무당을 하고 있는 자매. 여든살이 넘은 두 할머니는 자식에겐 무당일을 가르치지 않아 그들이 죽으면 세습무의 대가 끊기게 된다. 채정례는 중풍에 걸린 언니 채둔굴이 홀로 살고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촬영 막바지, 언니 채둔굴이 사망하자 고생만 하며 외로운 말년을 보낸 언니를 위로하기 위해 채정례는 눈물을 흘리며 손수 씻김굿을 준비한다.
영매2, 진도의 강신무 박영자는 어머니의 혼이 몸에 들어와 시름시름 앓는다. 그녀는 굿을 벌여 조상을 위로한다.
영매3, 인천의 강신무 박미정 모녀. 스물일곱에 신내림 받아 10년째 점을 치고 굿을 하는 박미정은 그간 자신이 모시는 신과 어머니의 몸신의 티격으로 모녀 사이의 불화가 심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렇게 한 맺힌 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화해하는 것 보다는 살아서의 화해가 더 쉬운 길임을 깨닫고 눈물을 훔친다. 어느날 박미정은 자식을 잃은 어느 어머니를 위해 진오귀굿을 한다. 카메라는 이들 네 사람, 고단한 무당의 삶을 따라간다. 이 작품을 만든 박기복 감독은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 <냅둬> 등으로 잘 알려진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감독 이력 10년만에 처음으로 개봉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에는 모든 설명이 자막처리 되었으나 이번에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하게 나레이션을 삽입했다. 나레이션은 영화배우 설경구가 맡아 영매들의 드라마틱한 삶과 절절한 굿판의 얘기를 절제된 목소리로 전달해준다. 상영관은 현재 단 한곳만이 잡힌 상황. 동숭아트센터 1층 <하이퍼텍 나다>에서 9월 5일부터 25일까지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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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9. 4 손근혜기자 lacan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