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와 우범지대의 경계에서.
[기자의눈] 가림터널 앞에서 마주한 청소년들에 대한 단상
방과 후 간혹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배회하는 곳들이 있다. 늦은 저녁 아파트단지 놀이터가 그런 곳 중에 하나이다. 놀이터에 CCTV를 설치해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를 감시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놀이터를 일정시간 이후에는 폐쇄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들이 휴식하고 쉴 수 없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라는 문제의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탈의 공간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늘 간격이 존재하는 문제이다. 충분한 공간, 장소를 마련해주고 ‘양성화’를 통해 행동을 유인하는 방안이 좋은 접근이지만, 숨어들어가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도 한계는 있을 수 있다. 숨박꼭질이고, 꼬리잡기이다.
이런 경우는 또 어떤가. 가림터널 입구 주변에 방과 후 청소년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그곳에서 청소년들의 모습이 띤다는 주민들의 제보도 있었다. 3월7일 오전 그곳의 현장을 둘러봤다. 경작이 금지된 곳으로 텃밭이 방치되어 있다. 담배 꽁초 등 쓰레기와 술병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누군가가 버린 것이다. 밭을 경작하는 이의 행위일 수도 있고, 청소년들의 행위일 수도 있다. 실상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또 다시 방문 했을 때 방과 후에 우연히 청소년들을 만났다. 인근 학교 중학생들이었다. 방과 후에 간혹 들리는 자신들의 아지트라고 했다. 술 냄새가 언뜻 나는 듯 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잠시 들러 노는 것뿐이라고 했다. 흡연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지만, 화재를 부를 가능성에 아찔했다.
터널 앞 산 밑자락에서 모여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언뜻 자연 속에서 그림 좋게 쉬는 모습이었고, 한편 학교생활로부터 짧은 일탈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변두리 외진 곳, 청소년들의 은신은 그들에게 아지트이지만, 여전히 일탈과 사고의 가능성이기도 했다. 낯선 장소에서 우연스럽게 청소년들을 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마주할 때 어찌 대해야 할지도 어렵다. 어른의 훈계가 마땅하지만 ‘조심하라’라고 돌아서는 뒷맛은 개운치가 않았다. 아지트와 우범지대라는 그 차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