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말하는 사회, 아이들의 야생성을 어떻게 되살려 줄까?

긴 머리를 뒤로 묶고 빨간 셔츠를 입은 크리스는 더운 여름날씨보다 더 열정적으로 이야길 쏟아냈다. 그의 모습은 평소 그가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고 있을지 상상하게 해 주었다. 그는 어제 세월호 참사 100일 문화제에 참여한 소감으로 이야길 시작했다. 그리고 말한다. 어떻게 파시즘이 가능했고 전 세계를 뒤덮을 수 있었는지, 왜 인간이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기꺼이 거기에 순종하게 되는지...

그리고 미국의 9.11때도 세월호처럼 이미 한 건물이 폭발한 후 다른 건물에서는 ‘안전하니 작업을 계속하라는 안내방송이 있었고 그걸 지킨 600명이 20분 뒤 모두 사망했다고 전한다. 이 사실을 미국 언론이 보도 하지 않은 것도 소개했다. 세상의 나쁜 일들은 서로 닮았다.

그는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소개한다.

‘권위주의로 아이들을 키우면 파시즘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통제 하에 놓이고, 부모와 교사의 기대에 의해 지속적으로 통제될 때 그리고 인위적 기준, 규범, 규칙에 순응하게 강제되면 가능하다.’
에릭프롬은 ‘해방으로부터의 탈출’에서 모든 권위적인 것의 공통분모는 모든 것들이 내 관심, 의사 외의 힘에 의해 좌우된다는 믿음에 있다. 그래서 외부의 힘에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사고하지 못하며 독립적 선택이 가능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움직이지도 않게 되며 이로써 내면의 자유를 읽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유를 원치 않게 되고 외부의 권위에 기대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형성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정체성을 찾는 것조차 남에게 기대서 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면 두 가지 성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하나는 성인이 되어서 다른 사람 명령에 순종하며 살거나 자신의 입장을 바꿔서 자신이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파시즘이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다. 듀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우리의 의존적 태도이며 전쟁터(싸워야 할 것)은 우리 안에 있다.
-강의 내용 요약-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우울증은 수동적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아무 의지나 의욕이 없는 상태이며 이는 위의 과정을 거쳐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또 어른들의 칭찬을 계속 듣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지능과 재능을 스스로 노력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의 칭찬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한다. 이런 경우 부모가 아이들을 통제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또 학생들이 존재감을 찾아가는 기회와 경험을 차단하면 엄청난 사회적 댓가, 개인적 댓가를 치루게 된다고 그는 말하는데 이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볼 수 있다. 세월호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고 학생들이 언제 무엇을 배울지 지시로 내려왔으며, 그런 말을 잘 따르면 성적으로 보상받고 그것으로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고 그는 분석한다. 학교는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배우고 동기부여 해주는 일은 없었으며 자기를 계발시키는 기회도 없었다고 말한다. 의존해야만 하는 환경에 아이들이 살고 있어 독립성이 키워지기 힘들며 이런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의존할 곳을 찾는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을 통제하고 배우게 한 동기는 모두 남들의 기대였으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아이들은 만성적으로 노출되어 왔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강압, 경쟁에 내던져지는 환경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들과 정 반대라고.

전통적인 방식의 학교는 관습과 관행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관습과 관행에 들어있는 것들은 아이들이 실제적으로 배우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집착한다. 그래서 교육 외에 책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외면하게 된다. 아동기, 유년기 전체가 위험에 처해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전 삶이 외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타고난 내면의 야성 즉 불꽃, 영혼, 창의력 이런 것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어 있다. 식물이 물과 햇빛이 없으면 시드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내면의 야성이 시들어 가고 있다. 그렇게 어른이 되면 학습된 무기력을 가지고 우울증, 수동적 삶으로 체화되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게 된다. 이런 교착상태에 빠진 20.30대가 미국엔 많다. -강의 내용 요약-


코디(졸업생)의 글 18살
내 삶을 변화시키는 엄청난 일이 입학할 땐 일어날지 몰랐다. 알콜중독의 아버지, 가족은 파괴되기 직전이었고 성적은 낮았으며 몹시 불행했었다.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는 놀라운 곳이었다. 내 페이스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곳이었다. 나는 생활이 바뀌었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살 수 있었다. 나는 합리적이고 똑똑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좋아하는 과목이 생길 줄 몰랐는데 음악, 수학, 과학, 글쓰기, 사회, 역사에 관심이 생겼고 논쟁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 실수를 인정하는 방법과 내 자신을 가르치고 동기를 배우는 방법, 즉 ‘배우는 방법’을 배웠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여기서 배운 것들을 네비게이션으로 사용할 것이며 내 삶을 어떻게 살든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세상엔 고난과 역경이 존재함을 알고 있고, 이를 극복할 의지가 있다.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 모든 것을 감사드린다.

코디의 상황을 크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코디는 자신의 배움을 스스로 통제하도록 허락한 자율 속에서 성장했고 스스로를 구조했다
자신이 세운 조건 속에서 삶을 영위해 나갈 힘을 배운 것이다. 이는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 스스로에 의해 가능함을 뜻한다. 자신감은 칭찬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 해낸 경험과 성취감에서 나온다.

크리스는 현재의 학교는 전 세계적으로 질이 떨어졌고 학생들이 받는 압력은 높아졌다고 말한다. 즉 학교와 부모가 사회의 압력 때문에 학업에만 몰입하게 하고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좋아하는 걸 탐색할 기회를 주지 않으며 방과 후에도 성적과 관련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학교의 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재의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현재의 학교가 하고 있는 모든 것, 그리고 학교의 모든 문제들을 반대로 하면 됩니다. 학생들에게 관심 있고 신나는 것들을 하게하고, 학업과 상관없는 것에, 아이들이 관심 있는 것에 참여하도록 허락해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을 학생들이 결정하게 해야 합니다.’

크리스의 이야길 듣고 들여다본 우리교육은 길들여진 어른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다시 아이들을 길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 이것을 가장 열심히, 그리고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학교라는 자괴감도 함께 말이다. 정체성이 마비된 어른들이 다시 아이들의 팔다리를 묵어놓고 다른 생각도 못하게 똑바로 쳐다보게 하면서 일방적 스트레스를 교육이란 이름으로 주입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오래 길들여진 ‘성공’이란 세상의 이름으로 모든 걸 차단하고 갇혀서 시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과 나라가 통째로 닫힌 채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