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을 보존하는 도시농업이 돼야.

도시농부 이야기 연재

2011-11-01     박영재(광명텃밭보급소 사무국장)

전라남도 곡성에서 토종종자 수집을 다니고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유전자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곡성지역의 방방곡곡을 사라져가고 있는 유전자원을 찾아다닌다. 다문화시대에 토종을 말하는 것이 마치 인종주의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이는 우리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농업이 상업농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전자원의 다양성은 상품성과 다수확이라는 두가지 잣대로 재단되어 수백, 수십년을 우리 기후와 토양에 적응한 다양한 자원들이 사라져 버리는 위기를 맞게되었다. 이런 다양성의 상실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획일화된 종자가 점점 특정 농자재에 맞춤으로 변질되어가고 유전자 조작으로 다음 세대에 싹을 튀우지 못하게 불구가 되어갈 때, 농민 고유의 권리인 씨뿌리고 씨거두는 권리는 거대 다국적 종자회사의 이윤논리에 위협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환경변화에 따른 천적상실, 적응상실이 초래될 경우, 인류 전체의 식량위기와 같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우리는 놓여있게 된다.

토종유전자원을 찾아 매년 전국을 뒤지고 다니는 집단이 있다. 토종씨드림이라고 하는 온라인 단체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유전자원센터를 설립한 장본인이기도 한 안완식 박사님이 정년 퇴직을 하고 만든 민간단체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토종 종자들이 아무 댓가 없이 상호 교류되고 있다. 유전자원센터의 냉동실에 갇혀있는 자원이 아니라 매년 심어지고 거두어지는, 변화된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며 변화되고 토착화된 생동감 있는 종자들이다.

이러한 종자를 재배하고 교류하는 이들도 텃밭 농사를 하는 이들이다. 상업적인 가치를 쫒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토종종자 수집을 다니면서 만나는 토종 보유자들도 텃밭 농사로 이것을 보존해 오고 있는 시골 할머니들이다. 농촌에 왠 텃밭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재 토종은 시골집 앞마당 텃밭에서 남편이 알든 모르든, 작식들이 알든 모르든 매년 씨뿌리고 씨거두어 온 할머니의 텃밭에서 보존되어 왔다. 시집가기 전에 어머니가 주신 또는 할머니가 주신 종자를 버리지 않고 그 맛을 이어가려고 지켜오신 할머니들이 텃밭 조그만 귀퉁이에서 이런 종자를 지켜왔다.

앞으로 10년, 이런 할머니들이 흙으로 돌아가시고 나면, 토종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토종을 도시농업, 도시텃밭에서 이어가야 한다. 도시농업은 규모의 경제와 상업농의 세계에서 그래도 조금은 비켜나 있으니 토종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해도 좋을 것이다.

산간오지를 돌아다니며 가장 반가운 얼굴은 할머니들이다. 토종의 가치를 알아주는 우리 유전자원 수집단을 할머니들도 좋아한다. 우리는 산간오지 텃밭에서 그렇게 열렬하고 애틋하게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