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보는 시각
기자의 눈>교장 리더십 달라져야...공모제 심사위 구성 방식과 학부모 참여 확대해야.
광명시 외곽에 위치한 도심 속 작은학교 온신초가 혁신학교에 이어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교장을 뽑는다. 교장 공모제는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과 자격증 소지자가 아니더라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이 있다.
어느 경우든 교장을 공모하는 방식을 통해 학교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진일보한 조치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평교사에 이어 내부지원이 가능하도록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것은 교장 임용의 새로운 시도로 읽혀진다. 교장은 학교경영 최고 리더십으로 교장의 비전과 철학이 무엇이냐에 따라 학교변화의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교사회가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방식으로 운영돼오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감안한다면, 교장 임용의 문을 대폭 여는 것은 학교혁신의 연장에서 취해지는 조치이다. 평교사에 이어 내부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기존 교장의 리더십에 대한 자극이 되는 동시에 평교사들에게도 교장에 대한 포부와 기대를 갖도록 할 수 있어 동기부여의 긍정성이 있다.
반면 이번에 시도되는 교장 임용방식이 확대를 위한 전 단계 시도인지, 아니면 일회적으로 운용되는 제한적인 시도인지에 따라 향후 보완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즉 한시적인 운용이 아니고 확대를 하는 정책일 경우 평교사와 교감에 대해 내부지원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서 학교 안 경쟁과 갈등을 야기하는 ‘폐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혁신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 바람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혁신’은 뒤로하고 ‘자리싸움’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동체 학교문화 형성은 저해되고 학교조직 내 줄 세우기 등 조직 내 정치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 보완이 필요하고 섬세한 제도 운영의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교장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도 필요하다. 최근 도 교육청이나 교원단체 등에서 진행한 국제혁신교육심포지엄에서 소개된 교육 선진국들의 경우 교장의 권한이나 자리가 매우 탄력적이고 유연해 보였다. 20대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30대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하는 사례도 있었다. 30대, 40대 젊은 층의 교장도 상당히 많고 그것이 특별하게 주목받을 일이 아니라고 소개됐다. 우리 교육계가 처한 현실과 상당하게 동떨어져 있어 문화적 차이를 실감했다.
자연스럽게 교장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당연히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상징의 존재가 아니었다. ‘배움의 공동체’ 운동을 펼치는 도쿄대 사토 마나부 교수는 교장의 역할에 대해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동등하게 실현되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이를 위해 교사들을 돕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혁신 내지 개혁을 언급하는 이들 중에서 개혁과 혁신의 걸림돌이 관료적 교장의 리더십이라고 주저 없이 거론하는 모습을 종종 목도한다. 반면 기존에 교장의 권한과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과감하게 교사협의회로 넘기면서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의견을 존중하는 혁신학교들의 새로운 교장 리더십은 변화의 시작으로 읽힌다.
교장 공모제 역시 이러한 교장의 리더십 변화와 혁신을 전제로 한 진일보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좋은 취지의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도 보완이 따라 줘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교장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하고, 교장 자리에 연연하는 교직사회 승진문화나 풍토도 달라져야 한다. 학교가 ‘교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문화가 정착되면, 학교 안 관료적 혹은 부정적 풍토와 문화는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아울러 교장공모제 시행 과정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의 개선도 필요하고, 학부모들의 참여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현재는 심사위원 구성 권한이 학교 운영위원회에 있다. 교육청 협의를 거치도록 한 경우도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학운위에 있다. 따라서 학운위 구성과 운영이 공정하고 민주적이지 않을 경우 심사위 구성 역시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사위를 별도의 공정한 추천기구를 통해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또한 현재는 학부모들과 교장 후보자들이 직접 만나서 교육 철학과 경영 비전을 듣고 토론하는 자리가 없다. 심사위를 통해 대의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한계가 있다. 교장 공모제가 학교 구성원들과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의 과정으로 삼아져야 한다. 첫 단추가 잘 꿰지면 다음은 더 수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