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9킬로' 뛰고 팔려야 하는 신세(?)...왜?

기자의눈>음식물용기세척차량, 1억원 구입...7년 만에 헐값 매각...총 주행거리 1,159킬로.

2011-03-29     강찬호 기자

시에 차량 한 대가 있습니다. 2005년 구입한 음식물용기 세탁차량입니다. 당시 국도비 약1억9백만원을 들여 구입한 차량입니다. 이 중 시비는 약 5천8백만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지난 7년간 운행결과 전체 주행거리는 약 1,159킬로미터입니다. 거의 주행을 하지 않은 채 정박해 있던 차량입니다. 그리고 이 차는 이제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행거리로는 새 차에 가까운 차량이지만, 구입 후 연식이 경과해 중고차 시세로 2,3천만원 가량에 팔릴 것이라고 합니다.

차량 구입 사연은 이렇습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위탁회사 직원들이 음식물 전용용기를 세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며 해당 차량은 단독주택 음식물 용기를 세척하기 위해 구입한 차량인 듯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량의 크기입니다. 단독주택가를 드나들려면 차량이 2.5톤 정도의 크기여야 하는데, 해당 차량은 두 배인 5톤 크기의 차량입니다.

결국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궁여지책으로 음식물 용기를 차량으로 이동시켜 사용을 했다는데, 현재는 차량수리비나 구입비 보다는 사람이 직접 세척하는 것이 예산 면에서 효과적이어서 직접 사람이 하고 있고, 해당 차량은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해당 차량의 존재는 그동안 쉬쉬하며 감춰져 있었고, 소극적으로 일익(?)을 담당해 온 듯 합니다.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없었고, 또 구입경위에 대해서도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죠.

이런 사실에 대해 김익찬 의원은 지난해 행정감사에서 자료를 요구했고 이어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해당 차량 구입 경위에 대해 질의를 했습니다. 행정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복지부동이었고, 올해 업무보고가 이어지자 시는 차제 감사를 실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고 합니다. 당시 해당 공무원은 행자부 구입 지침에 따라 5톤 차량을 구입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기자는 29일 자치행정위 소관 자원회수시설 현장방문 동행취재 과정에서 해당 차량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참 어이없는 일입니다. 이미 이 차량의 정체에 대해서 알 만한 이들은 다 알고 있는 사안인 듯 합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예산이 잘못된 정책집행으로 낭비되는 사례는 이 경우 말고도 종종 있을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잘못된 정책 판단, 담당 공무원의 안일한 업무 진행, 아니면 때론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 유착관계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행정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위한 내부 혁신과 노력, 시의회의 감시와 견제 그리고 시민사회의 예산 감시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