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복지관 운영기관, 어린이재단에서 ‘이웃사랑실천회’로.
기자의눈>하안복지관 수탁자 선정과정을 지켜보며
시는 지난 9일 하안복지관 운영 위탁심의위원회를 열고 새로운 수탁자로 ‘이웃사랑실천회’를 선정했다. 위탁신청을 한 곳은 3곳. 하안복지관을 20여년간 운영해 온 어린이재단, 대한불교조계종 복지재단, 그리고 이웃사랑실천회였다.
시는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 구성에서 공무원 수를 줄이고 외부 위원을 늘렸다고 한다.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담당국장, 시의원 1명 그리고 민간위원 5명으로 총 8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민간위원은 지역에서 목사, 광명여성의전화 회장(교수), 외부 종합복지관 관장, 대학교수, 시 고문 변호사로 구성됐다.
심사결과 두 개의 거물급 복지재단을 제치고 규모에서 약체인 이웃사랑실천회가 선정됐다. 결과를 놓고서 표정은 엇갈린다. 이웃사랑실천회는 소외지역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법인으로 복지관 운영계획에 대해 차별성 있는 사업계획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준비에서 치밀했고 사업제안에서 ‘우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종합복지관 운영 경험은 전무해 사업계획만으로 운영을 맡기는 것이 타당한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또 ‘지역소외론’도 들린다. 대한불교 조계종 복지재단과 협력을 통해 위탁공모에 참여한 소하동 금강정사의 경우는 20여년간 하안동과 소하동을 거점으로 지역활동을 해왔다. 사찰 차원에서 신도들이 하안복지관 자원봉사 활동에도 참여해 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종합복지관 운영에 대해서도 의욕을 갖고 준비해왔다.
지역은 지역에서 거주하고 활동해 온 이들이 더 잘 알고, 잘 할 수 있다는 ‘통념’들이 있다. ‘지역소외론’에는 이런 통념들이 작용한다. 이런 통념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지역에서 준비해 온 주체에 대한 고려, 지역에서 사회복지활동을 해 온 이들의 심사위원 참여 여부 등이 이런 ‘소외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거기에 재단의 규모에 따른 재정능력, 인력, 복지관 운영경험 등 직,간접적인 지원체계는 복지관 운영능력의 객관적 평가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두 개의 거대규모 재단이 평가에서 밀린 것은 당사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도 당혹감을 비쳤다. 조계종 관계자도 신중하게 당혹스런 입장을 보였다. 금강정사 측도 조계종 중앙과 함께 의욕을 갖고 임했다가, 실망감과 당혹감을 다스리는 표정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함께 내용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어 가는 것은 높은 도덕성과 함께 공정성이다. 그리고 형식과 내용이 갖추어 졌을 때 경쟁에 나선 이들은 결과에 승복하게 된다. 다행히 이번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이 아쉬움과 석연찮은 점이 없지 않지만,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안복지관은 영구임대단지 주민을 위해 만들어진 복지관이다. 구성원들도 새터민부터 독거노인, 장애인 등 다양하다. 지역에서 가장 열악한 주거지역일 수 있기에 복지관 운영주체의 능력과 정성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가야 하는 곳이다. 어느 기관이 복지관 운영을 맡던 그 기관을 도와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그동안 어린이재단이 하안복지관을 맡아 운영해 오면서 여러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거론돼왔던 것이 ‘지역밀착성’이었다. 2년마다 직원들이 순환보직되면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정서적으로 어렵고, 그것은 ‘지역 속에 복지관’이라는 정체성을 갖는데 우려로 작용했다.
새롭게 복지관 위탁을 맡게 되는 ‘이웃사랑 실천회’는 복지관 운영의 경험은 없지만 소외계층을 위주로 지역아동을 돌보는 사업을 해온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와 의지를 통해 하안복지관 수탁자로 선정됐다. 처음 운영해보는 복지관이지만, 새로운 주체의 신선한 에너지를 유입해 오고, 지역사회가 함께 한다면 좋은 복지관 운영 모델을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