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의 마을
0시의 마을
  • 기호신(빛을담는사람들 회장, 시인)
  • 승인 2011.11.21 0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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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힘겹게 오르던 시간이 멈춰선 마을이 있다

돋아나던 온기 새파랗게 질려가고

이 골목 저 골목 배회하던 차가운 공기가

가장 허름한 집만을 파고드는 마을

코흘리개 밥그릇 색칠하여

지들끼리 손잡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붙이는 마을

재갈물린 목소리 점점 초라해져

가쁜 숨 몰아쉬던 메아리 마져 지워지고

입맛에 맞춰 울음의 부피만 늘리고 있는 마을

무거운 책임으로 뱉은 말

스스럼없이 지워내고 눈 닫고 귀 막아

단단한 어둠의 열쇠 채워버린 마을

무능력을 능력으로 포장하여

자화자찬의 마케팅만 춤을 추는 마을

이제 막 허리 펴던 민주를 겁탈하여

맨발로 동구 밖에 페데기 처 버린 마을

굳어버린 심장인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너무 엇나가서 미안한 0시의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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