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와 지역복지봉사회의 대립을 보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복지봉사회는 행정의 적인가하는 의구심이다. 한 때 행정의 파트너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난 관계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러한 의구심이 든다. 행정의 책임성은 어디까지 여야 하는가. 행정의 일관성은 왜 보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시와 지역복지봉사회(이하 봉사회)는 두 가지 잣대가 존재한다. 하나는 행정의 잣대이다. 행정절차 혹은 법적인 절차를 지키거나 제대로 이행했는지의 문제이다.
시는 감사를 했고, 그 결과로 감사 이행조치를 취했다. 봉사회가 시가 소유한 다목적노인복지회관에서 수익사업인 노인요양사업을 했고, 그 수익금 9,050만원을 법인으로 전출한 것은 부당하다며 반납을 요구했다.
봉사회는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해 노인관련 시설에서 자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그 수익을 관련 사업에 사용하는 경우라면 법인으로 전출할 수도 있다는 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시는 복지부 유권해석의 모호성을 두고 재해석을 의뢰했고, 동시에 위탁협약서 상 시 시설에서 발생한 수입은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고 다른 곳으로 전출할 수 없다며, 지난 10월1일자로 위탁계약을 중도해지 했다.
봉사회는 시 계약해지에 맞서 위탁운영관리협약효력존속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매주 목요일 시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전개했다.
시와 봉사회 측의 협상도 진행됐다. 봉사회 측은 계약해지를 철회한다면 시가 요청한 대로 법인으로 전출된 9,050만원에 대해 상환하겠다며 계획서를 제출했다. 시는 이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상환계획이므로 수용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평행선이다.
이어 시는 7일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시가 봉사회에 대해 법인으로 전출된 금액을 반환하라고 한 것은 정당한 조치라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사회복지법인이 사설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해 얻은 잉여금을 법인으로 전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하안동 다목적복지회관의 경우 위탁운영관리협약서 규정에 따라 법인 전출 가능 여부는 협약의 해석기관이 판단할 문제라는 11월4일자 복지부 회신을 받았다.
시는 시 소유 시설에서 수익사업을 한 것인 만큼 시가 체결한 위탁협약서가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시의 행정해석과 적용이 맞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는 계약해지와 함께 건물명도 및 변상금 부과방침 촉구, 봉사회에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대응에서 시가 우위에 있다고 봤다. 법인으로 전출된 금액도 9,050만원에서 500만원이 추가로 늘어났다며, 9,550만원이라고 확인했다.
여기까지가 시의 행정처분을 놓고 드러난 정당성 논쟁이다. 시의 논리대로라면 시가 정당하게 행정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와 봉사회의 대립은 여기서 끝인가. 당초 이 문제가 행정해석과 처분의 문제에만 국한된 문제였을까. 표면상은 그랬다.
그러나 파트너십의 관점에서 보면 시와 봉사회의 대립에는 우려의 지점이 없지 않다. 잘못은 시정하면 된다. 잘못에 대해 논란이 있으면, 그 논란의 지점에 대해 반발하고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논란 내지 쟁점은 해소되면, 절차에 따라 치유하면 된다.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 관계의 갑인 시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시의 의도가 무엇인가이다. 순수한 행정의 접근이라고 주장하지만, 석연치 않다. 표적 감사내지 정치 감사라는 의혹에 대해서 시는 한사코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와 봉사회는 한때 행정적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던 관계였다. 특정 시기를 거치며 봉사회는 지역복지의 맹주가 되기도 했다. 정치적 편승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는 면도 있다. 정치적 상황은 늘 요동치고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적 상황이 변하면, 지역의 기관장은 그것도 민간의 기관장은 적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과잉된 것을 정상화하는 것은 정당하다. 잘못을 바로잡는 것 역시 정당하다. 그럼에도 시와 봉사회가 저리도 극한 대립까지 치닫는 것을 보면 짐짓 행정잣대만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봉사회에 대한 평가 역시도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치적 잣대, 특정 행정적 잣대만 보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지속성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행정의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민선4기, 민선5기의 행정이 다른 것인지 의문이다. 민선4기에서 적용되지 않던 행정 잣대가 민선5기에서 부각되는 현실이다. 바로 잡는 것이라면 그간 맺어왔던 민관의 파트너십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이 지역사회 공감대를 얻는 방식 아닐까.
옳고 그름을 다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감대를 얻는 과정도 중요하다. 지역에는 민주당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나라당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세력과 가치, 관점이 모이고 대립하고 협력하는 곳이 지역사회이기 때문이다. 공존의 방식, 해법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