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도시농업
오래된 미래, 도시농업
  • 박영재(광명텃밭보급소 사무국장)
  • 승인 2011.10.2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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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광명텃밭보급소 사무국장)

텃밭농사는 기존 상업적인 농사와 달리 규모가 작다. 다섯 평 농사에 트랙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으며, 풀 때문에 검정비닐을 칠 필요도 제초제를 뿌릴 필요도 없다. 이러니 그 옛날 사용하던 전통 농기구들이 다시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호미, 낫, 쟁기, 삽 등이 그것이다.

텃밭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옆에서 화학농업을 하시는 농부님들의 말씀이다. “나는 20년 농사를 짓지만 삽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기계로 갈아줄까?”, “비료 뿌려! 냄새나게 거름 만들지 말고!” ...

인간은 연장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연장(extention)시켜왔다. 과학혁명과 녹색혁명이 이를 촉진했다. 이런 혁명적인 연장은 석유자원에 크게 기대어 지뤄졌다. 오일 피크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 이런 풍요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리고 이러한 풍요의 결과는 환경오염, 먹거리 문제로 시시각각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의 한계는 그 도구의 한계이다. 도시농업은 스스로 그 연장을 제한하고 잘라내어 한계를 직접 몸으로 체득하면서 연장 이전의 농사를 짓는 것이다. 스스로 몸으로 농사짓는 법을 잊어버리고 농업기술센터의 매뉴얼대로 또는 농약회사, 종자회사의 지침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 우리네 농업현장의 모습이다. 자기 몸으로 체득한 연장을 모두 잃고 연장이 주도하는 대로 끌려 다니며 살고 있다. 도시농업은 농사 본연의 의미를 체득하여 연장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운동이면서 관점을 돌려놓아 농사 본연을 사고하는 주요한 전환점으로 목표이자 실천방법이다.

수도자들은 인간의 욕망, 분노, 어리석음을 치유하기 위해 몸으로 수행하고 있다. 초월 명상을 통해 생각이 끊어진 자리를 찾아 이를 확장시켜 지혜의 장으로 열어가고 있다. 인간의 한계는 언어라는 도구의 한계이다. 대상이 의미를 규정하던 다섯 살을 넘어서면서 우리는 의미와 상징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의미장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 세상 모든 투쟁과 아귀다툼의 원인은 우리가 사는 이 의미장에 있다. 언어를 세련되게 닦아 표현력을 높여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던지 아니면 언어가 비켜간 자리를 수행을 통해 깨닫든지, 인간 종족의 미래는 거기에 달려있다.

도시농업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단순한 복고주의 운동이 아니다. 농사 본연으로 돌아가 그 규모를 줄이니 거기에 가장 가까운 것이 전통농법 속에 있었다. 새로운 출발점이다. 가장 오래된 미래의 모습이 도시 농업 속에서 발견되고 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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