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가득한 마당도 걸어보고, 수업 중에 고개 돌려 말 시키는 우리 반 아이처럼, 밤송이 벌어지며 뚝 하고 떨어지는 장면도 보고 있습니다.
개울물 졸졸 흐르는 것도 보고 익어가는 벼들과 눈인사도 하고 땅속에서 오래 머문 고구마도 캤습니다. 붉고 연한 그 살이 마치 아이와도 같습니다. 그 보드라운 아이를 품었던 흙들이 고마웠습니다.
지구는 원래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웠을텐데 우리는 왜 모여 살면서 갖가지 소음을 만들어 자신들을 괴롭히며 살까 생각해봅니다.
한번쯤은 몸에 붙어있는 생각들과 관계들을 단절시키는 아픔을 경험해야 더 편안해질 수 있을거란 생각도 같이 해봅니다.
마음의 고요 없이 행복해질 수 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틈만 나면 아이들이 이런 자연을 만났으면 합니다.
우르르 몰려가서 맛난거 먹고 오는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 작은 일부가 되는 자연을 만났으면 합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와도 바람과 햇살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채로 거기 머물고 있지요.
오늘 따사로운 가을을 만나고 돌아갑니다.
20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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