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의 주머니’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내 ‘생각의 주머니’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 김윤옥 시민기자
  • 승인 2011.09.2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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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초 학부모아카데미, 홍세화 선생 초청 특강.

홍세화 선생은 우리사회 비판적 지성인이다.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 공공성을 강조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은 사회적 불안과 맞닿아 있다. 교육의 본래 자리를 찾자고 주문한다.

지난 9월 17일 토요일 오전10시, 혁신학교인 구름산초등학교 햇살마루에서 ‘학부모아카데미’가 진행됐다. 우리사회 비판적 지성인 중에 한 명인 언론인 홍세화 선생이 강사로 초청됐다.

‘학부모 아카데미’는 3월~6월, 9월~12월 매월 1회 외부 강사를 초청해 아이들의 교육과 학부모 역할 등을 주제로 특강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강연에는 2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해 객석을 빈자리 없이 채웠다. 강연에서 홍세화 선생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으로 전락한 우리 교육현실을 비판했다. 교육은 자신의 생각 주머니를 갖도록 키워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적 복지망이 없는 우리 사회는 만성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이러한 불안은 지배층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 사회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에 투표하는 방식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하 강연의 주요 내용.

내가 서울대를 나왔으니 아이가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비법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텐데 그 기대와는 달리 사회생활을 더 오래한 인생 선배로써 후배님들에게 보다 시야를 넓히고, 삶의 가치관에 참조한 만한 이야기를 하겠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즉, 삶의 의미를 규정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본연 가치인데 한국 사회의 교육은 ‘1등 주의’에 매몰 되어 있다.

복지 선진국과 달리 우리사회는 최저선의 인간적 삶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우리사회는 한 선분을 기준으로 지금 현재(2011년 9월 17일 오전 10시) 한국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고 있는 분포를 보면 밑 둥이 깨진 계란 모양이며 어떤 위협이 닥치면 언제든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위정자들은 ‘이런 불안을 경쟁에서 이기면 해결 된다’는 논리로 끝없는 경쟁을 부축이고, 이는 인간성의 실추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 받기 위해 가장 믿을 만한 ‘돈’이 최고가 되었고, 지배와 피지배자 사이의 자발적 복종 즉, 굴종을 이뤄냈으며 노동 현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밑 둥이 깨진 계란 쪽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겁박으로 ‘지금, 현재’가 상실된 셈이며, 그 시기에 맞는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현재는 모두 저당 잡혀 버린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꿈을 갖고, 어떻게 열정적으로 살아 갈 수 있는가? 지나치게 큰 계층 간 소득 편차를 줄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불안’ 요인들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

불안 요인에는 교육과 양육, 건강, 주거, 노후, 일자리 등이다. 모든 사람이 최소한 이 정도는 보장 받은 후 경쟁을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았던 당시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까지 학비를 내지 않았고, 대학교 1학년 등록금이 360유로(약 55만원, 이 중 30만원이 건강보험료)였다.

또 파리에서는 주거 개념으로 주택 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한국은 소유 개념으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의 경우 국민의 50%가 자가 주택이고, 20%는 지자체마다 임대 주택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월세의 경우 건축비 증가율 비율 보다 크게 올릴 수 없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소득이 적은 경우 주거보조수당도 받을 수 있고, 소득이 적은 경우 아동 1인당 9㎡(약3평)에 해당 하는 경우 국가가 다시 환급해준다.

노르웨이의 경우 국립대 교수, 국립대 버스 기사, 배관공의 월급 차가 20%를 넘지 않는 수준이고, 이 세 개 직업 중 배관공이 월급이 가장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계층 간 소득 편차를 줄이고 최저 임금을 올리며,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사회 구조로 변화가 중요하다. 물론 위에 설명한 나라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다른 조세 제도로 운영된다.

학자들이 보편적 복지가 이뤄지는 시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일정한 경제 성장, 출산율 저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있을 때이다.

우리나라는 앞의 두 경우에는 어느 정도 선에 미쳤으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약하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투표권 행사가 중요하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며 또한 고집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어떻게 갖게 되었을까.

16 - 14 - 13 - 12 - 11 - 10 - 8. 위에 나열한 숫자의 의미가 무엇일까. 정답은 역사에서 노동 시간의 변화이다. 우리의 생각 주머니 속에 답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이런 내용의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가 교육 과정에서 ‘자본주의’를 배우지 않으니 자신의 생각 주머니에 생각을 넣는 것에 한계가 있다.

개인별로 생각의 주머니에 생각을 집어넣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보자. 폭 넓은 독서, 열린 토론, 직접 견문, 성찰 등.

위의 방식을 통하지 않았다면 주입식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사고가 고착되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 ‘생각’이 결정 되었을 것이다.

한 외국 학자가 갓 태어난 신생아가 36개월 동안 하는 말을 모두 녹음해서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이 ‘엄마’였다. 두 번째가 ‘왜?’라는 질문이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와 만사가 궁금한 아이의 상상력에 가장 가까운 엄마, 아빠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부모의 역할은 돈 벌어서 사교육비 대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인간, 자연, 사회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 역할이다.

강연 후 홍세화 선생(오른쪽)과 함께 한 필자.

강연 후기.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을 통해 무한 경쟁을 야기 시킨 사회적 ‘불안’을 제도적으로, 구조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중요하다는 의견에 가장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는 교육을 통한 의식 형성 과정과 맞물려 있으며 독서, 토론, 경험, 사색 등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생각 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하는 공부는 괴로움이며, 현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일방적 폭력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홍세화(1947년생) 선생은 누구?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 졸업 후,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프랑스로 망명했다. 지난 2002년 대한민국으로 귀국하여 언론인, 작가, 교육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망명 생활 중에 쓴 책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로,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아웃사이더 편집위원,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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