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먹고 어울리니, 이곳이 ‘세상’이로소이다.
일하고 먹고 어울리니, 이곳이 ‘세상’이로소이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8.2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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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텃밭보급소 옥길텃밭 개장식 현장을 찾아서...

광명지역에서 도시농업을 수행하는 민간조직인 ‘광명텃밭보급소’가 지난 27일 ‘옥길텃밭’ 개장식을 갖고 도시 경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광명텃밭보급소는 예비 도시농업인을 양성하는 도시농업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도 광명시평생학습원과 광명시노인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 주 두 개의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농업학교를 통해 참가자들은 농업의 가치, 작물에 대한 이해, 토지에 대한 이해, 텃밭가꾸기 등 다양한 강좌를 이론과 실습을 통해 배우고 있다.

옥길텃밭은 도시농업학교 수강생들의 실습지이자, 이수자들의 농장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옥길텃밭을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농자재 보관창고를 설치했다. 이곳은 야외교육장 용도로도 사용 예정이다.

광명텃밭보급소는 그동안의 여세를 몰아 이날 옥길텃밭 개장식을 진행했다. 개장식은 오후 5시에 진행됐다. 이에 앞서 4시에 도시농업학교 참가자들과 함께 배추 모종을 심었다. 전날 도시농업학교 강좌를 통해 이론교육도 받았다.

함께 교육받고 일하니 기쁨이다. 그리고 도시농업을 배운다.

참가자들은 공동텃밭과 개인텃밭을 오가며 정성스럽게 작물을 심었다. 거름과 흙을 섞어주는 밭도 있었고, 이미 이 작업이 끝난 밭은 모종 심기가 진행됐다. 실습 안내를 맡은 광명텃밭보급소 박영재 사무국장은 모종을 심는 원리를 차분하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박 사무국장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모종을 심기 전에 흙을 파내고 먼저 물을 주었다. 모종은 모종판에서 떠낸 후 실뿌리와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밭에 옮기고, 흙을 덮을 경우에는 모종 흙 위까지 덮지 말라고 요령을 말해준다. 모종 뿌리가 숨을 쉬도록 해야 한다고. 모종을 심은 이후에는 풀로 살짝 모종 주변을 덮어 주거나 신문지로 덮어 주어 수분의 증발을 막고, 모종 주위 잡풀들이 자라지 않도록 해준다. 이미 참가자들은 모종도 직접 가꾸었다. 직접 가꾼 모종을 텃밭에 옮겨 심는 과정이니, 작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옥길텃밭 이곳저곳에서 진풍경이 벌어진다. 흙을 다지는 모습, 모종을 심는 모습, 옥길텃밭의 상징처럼 서 있는 은행나무에서 나무 그네를 타는 아이들, 기존 텃밭을 가꾸는 이들, 농자재 보관창고에 이어 평상을 만드는 이들, 개장식을 위해 음식을 차리는 이들. 도시농업의 힘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이다.

도시농업은 기존 관행농을 따르지 않는다. 유기농업을 지향한다. 생태와 환경의 가치, 농업의 가치를 배운다. 농업은 자급자족뿐만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일로 받아들인다. 흙과 작물에 대한 애정과 이해에 기반한다. 도시농업 철학이다. 시멘트 회색도시 대신 도시에서 땅을 회복하고, 지구 환경의 균형을 생각한다. 생태계의 순환원리를 공부한다. 여기에 여가가 더해지고, 공동체의 어울림이 더해진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눈다. 도시에서 직접 먹거리를 생산해 보는 경험을 통해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도시농업의 가치는 다양하다. 그래서 도시농업 참가자들은 ‘도시를 경작한다.’고 단언한다. 그 첫 단추를 꿰어 가고 있다.


광명텃밭보급소 이승봉 상임대표는 “맨 땅에서 시작한 옥길텃밭에서 농자재 보관창고가 들어서고 평상이 만들어지면서 밭의 모양이 갖춰가는 모양에 새삼 놀랐다. 도시농업의 힘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시와 협의해 5천평 규모의 시민농장을 마련하는 일도 추진 중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희수 광명텃밭보급소 실천위원장은 “도시농업 교육 강사로 나가보면 다른 강좌와 달리 독특한 수강생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눈빛도 다르고 결속력도 좋다. 그것은 도시농업이 생명을 다루는 일이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날 개장식의 대미는 ‘새참’이었다. 일을 하고 함께 어울렸던 것이 우리 농사의 맛이다. 개장식 참가자들은 각 자 음식을 마련해왔다. 음식 종류도 가지가지지만, 그 맛과 정성도 대단했다. 남원에서 올라 온 막걸리가 흥을 더했다. ‘도시를 경작하라’라는 선창에 맞춰 함께 건배하고 먹고 마셨다. 텃밭에서 사용할 물뿌리개도 신고식을 거쳤다. 물 대신 막걸리를 따르는 주전자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던 가을 전어 구이 냄새도 별미였다. 가을보다 여름 전어가 더 별미라는 ‘전문가’의 훈수를 들으며. 그리고 어른들을 따라 나선 아이들은 한 쪽에서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함정’이라고.

광명텃밭보급소 도시농부학교 참가자들은 함께 어울리고 배우는 도시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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