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참여당 경기도당위원장)
평창이 3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참 많은 분들이 기뻐하고 환호하시지만 전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습니다. 과거에는 국가적 이익이라는 말로, 국위선양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거창한 표현 앞에 덩달아 기뻐한 일도 있습니다만 그 이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그리고 자세하게 분석해 보기도 전에 미리 기뻐하곤 했다는 판단이 든 이후로는 신중해졌습니다. 국가적인 큰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기뻐하는 일은 일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정책을 맡아서 국가적인 살림을 제대로 운영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이로서 무책임하게 기뻐만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그 무엇인가가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정말 우리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할만한 여력이 있는지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재정적 준비가 튼튼한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겨울이 긴 나라라면 기본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기가 쉽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계절이 뚜렷하고 그렇다보니 겨울스포츠가 강국이 되기에는 기본적인 조건이 매우 열악합니다. 그랬기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계올림픽은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실내에서 벌어지는 쇼트트랙과 김연아로 대표되는 경기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면서 관심이 좀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기본적인 조건이 열악하여 겨울 스포츠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려면 새로이 짓거나 투자해야 할 곳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 수준임을 안다면 이해득실을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게다가 경제효과가 65조원이라는 보도가 있지만 이는 정확한 통계산출이 아니라 추정치이고 그에 대한 내용도 빈약합니다. 지금껏 국가적 대사를 진행하면서 추정치로 발표된 경제효과에 대해서 이후에라도 자세하게 공개하여 효과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걸 본 일이 없습니다. 사후검증이라도 명확히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추정치 부풀리기에 따라 각종 유로도로를 위해 국가재정이 얼마나 드는지 생각한다면 경제효과라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습니다.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7.5%입니다. 전국 16개 광역단체 가운데 13위입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해서 갑자기 세수가 확대되고 재정자립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1976년 몬트리올은 100억 달러를 부채로 남긴 채 끝났고, 1988년의 서울올림픽도 9,494억원의 적자를 남겼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는 61억 달러의 부채를 남겼으며 1998년 나가노는 110억 달러의 부채를, 2010년 벤쿠버는 50억 달러의 부채를 남겼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때는 1984년 LA올림픽 뿐이라고 합니다. 2004년 그리스 올림픽 당시 그리스는 정부 지출을 16억 달러로 예상했지만, 실제 지출액은 160억 달러였고, 2004년 이후부터 GDP 성장률은 계속 떨어져, 결국 국가부도사태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지속적인 큰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동계올림픽 유치에 그렇게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됐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참고 http://impeter.tistory.com/m/1524)
돈도 돈이지만 또 하나의 걱정은 환경문제입니다. 대한민국 법률상 개발할 수 없는 지역인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스키 활공코스를 만들겠다고 신청했다고 합니다. 이는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이기도 하고 환경문제를 생각한다면 참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적인 경사 앞에서 김새는 소리를 한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전 정말 걱정입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으로 선진국이 된다면 다 이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 선진국 타령 참 오래도록 들어왔지만 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선진국은 단순히 재정적인 수준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 부문이 골고루 발전하고 지속가능한 형태가 되어야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돈의 노예가 된듯 한 상태의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직도 요원해 보입니다. 전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된 것을 기뻐하기보다는 염려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슬기롭게 훨씬 더 세심한 준비와 노력이 없이는 훼손된 자연과 부채만 남기는 대회가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염려하며 바라본 길거리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는 어느 정당의 현수막이 보입니다. 정말 마음으로부터 기뻐할 수 있다면 저도 참 좋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후회로 남는 대회가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겠습니다. 토목건설 회사만 배불리고 피해는 국민이 떠안는 대회가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김성현
경기고교평준화시민연대 공동대표
국민참여당 경기도당위원장
경기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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