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 입장에서 볼 때 올 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경기도 공무원들의 비리사건이 반가울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문수지사는 지난 22일 오전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조찬회에서 "이 시대 공무원들이 청백리"라고 칭송했다.
대다수 열심히 일하는 깨끗한 공무원들에 대한 칭송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으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리는 법이다. 공직사회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노조에게는 따뜻한 눈길조차 주지 않던 김문수 지사가 고전 속 춘향전까지 불러내어 공무원의 깨끗함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민망할 뿐만 아니라 비리사건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뿐이다.
일련의 공무원 비리사건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듯 하는 김문수 지사의 태도와 인식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의 청렴성을 강조하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식석상에서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고 말해 도지사로서의 기본 상식과 자질을 의심케 한다.
우리사회에서 ‘따먹는다’라는 표현은 성폭행을 지칭하는 속어이다. 성폭행을 당하는 피해자는 인간이 아닌 음식에 비유되고 성폭행을 가하는 가해자의 성폭행을 철저하게 합리화하기 위해 쓰이는 속어가 바로 ‘따먹는다.’라는 언어이다.
김문수 지사의 이 발언은 춘향이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에게 참을 수 없는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준 것이고, 여성비하, 성희롱, 성차별을 자행한 것이다. 지난해 걸그룹 ‘소녀시대’에 대해 ‘쭉쭉 빵빵’이라는 표현으로 성희롱 논란을 야기한 경우를 봐도 김문수 지사의 성 평등 의식은 무개념 수준이라 볼 수 있다.
권력자의 입장에서 춘향이는 단지 따먹을 대상인지 모르겠으나 춘향이는 누군가에게 사랑스런 딸이며, 누군가의 자상한 어머니가 될 여성이다. 김문수 지사에게도 어머니가 있고, 딸이 있지 않은가? 이런 것이 유머인가? 이것이 유머라면 해외토픽감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과 막말은 구별해야 한다. 김문수 지사의 이번 발언은 막말의 극치, 요즘 말로 ‘막말종결자’라 할 수 있겠다. 경기도민 보기가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다.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김문수 지사의 상식이하의 성 평등 수준이 한심할 따름이다.
따라서 조언컨대 이번기회에 대선행보와 외부특강으로 분주하겠지만 김문수 지사는 여성단체에 의뢰해 당장 맞춤형 특별 성 평등 교육을 듣고 정신을 차리시길 바란다. 그런 후 양성평등관점에서 춘향전을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신동열(진보신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광명시 당협 위원장)
저작권자 © 광명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