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불쌍해요. 사람들 때문에....”(황성아),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100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는 것에 놀라웠어요. 중간에 익사하기도 하고요.”(이서진), “지구를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임유경)
4월2일(토) 11시. 식목일을 3일 앞둔 구름산초등학교 6학년 4반 교실. 1시간 남짓 진행된 ‘기후변화’ 수업을 듣고 난 후 학생들의 소감이었다.
구름산초는 ‘미래생태’ 수업을 교과과정에 도입했다.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학교 프로그램을 학교 수업에 적용한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중심에 두고 다루는 학교 안 환경교육 과정이다.
환경문제는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고, 현재는 미래로 이어진다. 손을 쓰지 않으면 결국 그 부담은 미래세대에게 가장 크게 전가된다. ‘지금 여기’에서 깨어 실천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심각한 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 문제이다.
이날 기후변화 수업은 지역에서 푸른광명21실천협의회에서 주최하는 ‘기후학교’ 리더 교육을 이수하고 지역 환경교육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아 강사가 진행했다. 6학년 4반뿐만 아니라, 다른 두 곳의 교실에서도 동시에 기후변화 수업이 진행됐다.
기후변화 수업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북극곰들이 먹이를 찾아 100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해야 하고, 때론 그 이동 과정에서 익사를 당하기도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하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김은아 강사는 ‘쉽게 지구가 감기에 걸려있다고 생각하면 되요?’라며, ‘기후와 기후변화’의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구가 더워져 옷을 벗기 시작했는데 언제쯤부터 일까요?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의 평균온도가 0.74도 올랐는데, 우리나라는 얼마나 올랐을까요? 1.5도 올랐어요.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내릴 수는 없어도 붙들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온실효과는 무엇일까요? 대기권에서 온실가스들이 이상변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6대 온실가스를 알아보죠. 지구 온도가 6도로 더워지면 지구상의 생물 90퍼센트가 멸종하게 된다는 보고가 있어요. 지구온난화예측시뮬레이션도 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죠.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에 따르면 1위 미국, 2위 중국에 이어 이산화탄소 발생 10위권에 한국이 들어가요. 이게 자랑일까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봐요. 아까 보았죠.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얼음 위를 걷고 싶다고 호소해요. 천 년 만 년 안 녹을 것 같은 만년설이 녹고 있어요. 해류 변화로 ‘유령 해파리’가 등장하고, 우리나라 바다에 열대어가 나타나요.
해수면이 상승해 지구에서 네 번째로 작은 산호초 섬의 나라 ‘투발루’가 지난 2001년 국토포기 선언을 했어요. 만약 우리나라가 같은 처지라면 어떻게 되겠어요. 같은 해 미국은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어요. 중국은 아직도 가입하지 않았고요. 이산화탄소 발생 1,2국들의 모습이에요.
극단적 자연재해도 나타나요. 호수가 마르고 아마존의 강바닥이 마르고 있어요. 가뭄이 늘고 열대성 폭우가 더 강하게 자주 발생하고 있어요. 자꾸 지구가 더워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생태계 변화도 심각해요. 1시간에 3종이 사라지고 있어요. 여름에 주홍날개 꽃매미가 극성이죠. 왜 문제가 되는지 알죠.
기후변화는 농업과 식량재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작물 재배지가 이동해요. ‘서울 바나나’를 만날 날이 올지도 몰라요. 질병이 확산되고 있어요. 질병과 자연재해는 특히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에 더 큰 영향을 미쳐요. 회복하기가 어려워서 그래요. 특히 아이들은 빈곤에 시달려요.
2100년, 한반도의 모습은 어떨까요? 더운 날만 존재할지도 몰라요. 그러면 지구온도를 얼마나 줄여야 하나요? 1990년 기준으로 0.74도가 올랐으니 전문가들은 2도에서 멈추게 해야 한다고 경고해요. 여러분들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인데 어른들의 잘못으로 여러분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너지를 바꿔야 하죠. 신재생에너지, 대안에너지, 그린에너지...지열, 태양열, 풍력, 연료전지, 바이오매스 등. 생활 속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해요. 컴퓨터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자전거를 이용하고 걸어야 해요. 가까운 먹을거리를 먹어야 하고요. 저탄소 표시가 돼 있는 상품을 이용해야 해요.
그렇다면 모둠별로 ‘약속 맺기’를 해봐요. 개인별 약속도 중요하지만 모둠별로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공동행동’을 찾아봐요. 두 주 동안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계획 한 가지씩을 정하는 거예요. 그리고 발표해 봐요.
짧은 시간의 수업이지만 수업 내용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설명은 간결했고, 중간 중간 던져지는 질문은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파워포인트와 동영상 자료로 시선을 유도했고, 이야기를 전달했다. 북극곰의 영상은 아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투발루 섬이 사라지고 있고, 그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영상으로 소개되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각 종 에피소드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소개될 때마다 학생들은 웃음과 함께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 지루할 수도, 딱딱할 수도 있는 내용들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집중했다. 질문에 답을 찾았고, 모둠 활동을 통해 실천계획을 세웠다. 물 사용을 줄이고, 종이를 아끼겠다며 생활 속 실천을 다짐했다.
구름산초에서 진행하는 미래생태교육은 돌봄과 배움, 나눔과 함께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며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비해 미래 환경에 적응하고 대비하는 세계시민의 자세를 키우기 위해 마련된 과정으로 고학년을 대상으로 기후 및 먹을거리 교육, 숲 체험, 옥상텃밭 등의 활동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